25년 4월 3일
낙차라는 단어를 아는가.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오늘은 눈을 떴는데 유난히 가라앉는다.
해류가 곧 빨려 들어갈 소용돌이 위에 나를 잠시 띄웠었나 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너른 바다가 보인다며 좋아라 했다.
너무 큰 낙차의 기분을 견디기 힘들어 가위를 들었다. 고민은 없었다. 생경했던 단면도 익숙해지려 한다. 잠결이라 그랬는지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게 듣기 좋았다. 어느 때보다 상처는 깊었는데,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퇴근 후에 약국을 찾았다. 이러다 흉이 다 져서 들키겠다 싶었다.
“흉터 밴드 어디 있어요?”
“네? “
”흉 안 지게 하는 밴드요. “
”어떤 상처인데요? 아물었어요? “
”베인 상처인데.. 안 아물었어요. “
”그럼 습윤밴드 하시면 될 것 같은데, 상처 크기가 얼마만 해요? “
”이 정도요. “ 엄지와 검지로 크기를 가늠해 드렸다.
약사님은 알맞은 습윤밴드를 추천해 주려고 질문했으리라. 나는 혹여 티가날까, 애써 내 마음의 중심을 열심히 비껴가며 대답했다.
“상처가 어디에 있어요? “
왜 이 질문을 하셨는지, 한 번 보자고 하려고 하신 건지 난 잘 모르겠다.
다만, 내 기분이 엇나가고 있다는 것만 느낄 뿐이었다.
“팔에요.”
계산하고 나오면서 기분이 많이 다운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분명 아까까지 괜찮았는데, 이제 이런 일상도 내 기분에 영향을 준다니. 등딱지가 벗겨진 거북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 앞에 놓인 것들을 선택하며 사는 데 진저리가 난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알아보는 것도, 하던 것을 계속하는 것도. 다 진저리가 난다. 사는 게 질린다. 자꾸만 날짜가 변하고 달이 바뀐다. 나는 오늘이 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모른 체 살고 있는데, 시간은 잔인하게도 현실이다. 그 분침, 초침이 칼날 같을 때가 있다. 시계 위에 서 있으면 똑-딱 소리로 끝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