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6월 6일
괜찮아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면, 내 생각을 반박하듯 눈물이 난다.
이제 괜찮은 게 의아한 게 되어버렸다.
내 행동을 견디기가 힘들다. 왜 항상 행동하고 나서 후회하고, 그로 인해 나 자신을 혐오하는지. 이 루틴을 벗어날 수는 없는지.
낮엔 15살처럼 굴다가 또 금세 65살 같아지는 내가 생경하다.
요즘은 가라앉는다는 표현보다는 감정이 끝까지 차올라 넘치기 직전이라는 표현이 더 알맞다.
무엇이 나를 괴롭히는가.
나는 왜 편할 수 없는가. 뻔뻔할 수 없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뻔뻔하다는 말을 꽤 자주 들었는데 왜 이리 나 자신에게 뻔뻔할 수 없어졌는지.
되짚어보면 나는 언제나 옳고 그름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무조건적인 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아니다 싶은 행동에는 독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무조건적인 편이 되어준 적 없다. 그 업보를 받고 있나 보다.
내가 내편이 되어주지 못하는 건 참 시린 일이다.
문득 B에게 나에게 말 못 할 비밀이 얼만큼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진다. 사람들에게 나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싶은 모습들을 들키는 꿈을 요즘 자주 꾸어서인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힘든 날엔 엄마아빠와의 대화가 꺼려진다. 감정이 넘칠까 무서워서 전화를 피하고, 부끄러워서 전화하지 않는다.
나는 엄마아빠 앞에서 항상 부끄럽다.
요즘은 지인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이 드물다. 그럼에도 가끔 연락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결국은 연락하지 않지만 그래도 떠오르는 사람들은 몇 안된다.
나에게 연락 오는 사람들은 참 많다. 나의 삶을 응원해 주는 사람도 많다. 내 상황을 아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서 나의 삶을 응원해주고 싶은 걸까.
진피를 벗겨 내 빨간 살갗을 보게 되면 다 떠날까. 나는 그래도 상관없을까. 사람들은 왜 나를 찾을까. 정말 왜일까. 내가 가면을 잘 쓰고 다닌 탓일까.
평소에도 물음표 살인마인 나는, 삶에도 이 세상에도 이 순간에도 물음표를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