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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이다 3_깔끔히, 단명

25년 6월 16일

by 해마

주말에 M이랑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어느 때보다 M이 귀여워 보였고, M도 어느 때보다 나를 귀여워했다. 모든 순간 풍만했으며 우울감은 아주 잠깐 밤에 혼자 노래를 들을 때였다. 그마저도 어떤 감정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시선이 가는 곳에 마음을 두지 말고, 마음이 가는 곳에 시선을 둬라."는 문장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다시 한번 나를 자책하게 된다.


M이 훗날 상처받게 되는 것이 무서워서 지금 좋을 때, 행복할 때 끝내고 싶다. 나는 쫄보라서 M의 그 감정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비가 와서인지, 아침약을 걸러서인지 아님 월요일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괴롭다. 나는 자기 객관화가 장점인 사람이었는데 점점 나를 모르겠다.


문득, 서평을 내 패드에만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매거진을 만들었다. 쫌쫌따리 서평을 써보려고 한다.


지난주엔 M이 내 폰에 와있는 브런치 스토리 알람을 본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사람들이 라이킷을 하는 것이 알람에 뜰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어서 알람을 설정해 놓았는데, 더는 알람을 받지 못할 것 같다. 브런치 스토리야말로 나의 극비 사생활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누구라도 알게 되면 내가 솔직할 수 없지 않은가. 봤어도 팔짝 뛰는 내 반응을 보고 못 봤다고 해줄 M이기 때문에 못 봤다는 말은 더더욱 믿기 힘들다. 다음번에 M의 폰에 브런치 스토리가 깔렸던 흔적이 있는지 봐야겠다.


브런치스토리를 유영하다 보면, 연령대가 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살아낸 사람들이 대단하고 부럽다. 나는 자꾸자꾸 단명하고 싶다. 내 인생의 마침표를 깔끔하게 찍고 싶다. 나의 추악한 모습을 아무도 모르게.


나는 무엇이 두려운 걸까. 요즘은 그래도, 손목을 긋고 싶은 충동을 잘 참는다. 고 쓰는 이 순간에 갑자기 충동이 드는 것은 어떻게 하나. M이 보내준 야식 사진의 편의점 껍데기보다 사진 끄트머리에 아슬히 걸린 가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엔 펜처럼 생긴 아주아주 작은 커터칼 자해를 했는데, 정말 성에 안 찬다. 하루만 지나도 흔적은 쉽게 옅어진다. 다시 가위를 찾게 될 것 같다. 세밀한 칼보다 가위의 묵직한 통증이 더 기분이 낫다. 더운 날에도 매일 긴팔을 입어야 하는 현실에 짜증이 나면서도 자꾸 생각이 나는 건 어떤 변태 같은 일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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