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진료일지
퇴근 후에 병원에 갔다.
선생님은 그래도 전보다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울산에서도 들키고 싶지 않아 했는데 잘 지내다 왔고, 요즘 잘 우는 현상에 대해서도 눈물도 없이 - 무- 의 감정인 것 보다 우는 게 낫다고 하셨다. 운다고 해서 속이 시원하다거나 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한테 퇴근길에 느낀 감정을 설명하다 보니 또 눈물이 났다. 사람들과 있다가 퇴근길에 오르면 마음이 바로 바닥을 치면서 무겁고 가라앉는다고 했다.
이 날은 그 느낌이 너무 잔인해서 견디기 힘들었다. 선생님께 ”매일 이 감정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막막하다 “고 말하며 울었다.
나는 원래 혼자였는데, 사람들 사이의 아무렇지 않은 ‘나’에서 다시 진짜 ‘나’로 돌아오는 과정이 버거운 걸까.
사람은 원래 혼자고 이게 진짜 ‘나’니까 이상할 것 없다고 되뇌어 본다.
언제부터인지 우는 게 더 이상 큰 이슈가 아니게 됐다. 마스크도 없이 와버려서 눈물 젖은 채로 문을 나서는 게 쑥스러웠다. 밖에 대기하고 있는 다음 환자분이 계실까? 싶은 마음에 진료를 마치며 교수님께‘제가 마지막 진료인가요?’ 여쭤봤다. 내가 마지막 진료였지만 아직 여러 이유로 대기하고 계신 분들이 계셨다.
진료를 마치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산책을 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의사 선생님이셨다.
일부러 오래 대화하려고 마지막 진료로 잡은 건데, 일정이 꼬이고 일이 좀 있어서 집중을 잘 못하며 진료를 본 것 같아 마음이 쓰여 전화하셨다고 했다.
진료 중에도 계속 걱정된다고 하시더니 걱정이 되셨나 보다.
나도 오늘 진료를 받을 때 선생님이 무조건 좋은 쪽으로 말씀하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 점도 짚으셨다. 무조건 좋다고 말씀하시는 게 아니고 너무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었다며 언제든 힘들면 다음 진료 전이라도 오라고 하셨다.
울컥하는 목소리를 숨기며 전화를 이어나갔다. 참 다정하신 분이다.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환자 중 하나일 텐데 다시 전화를 걸어 말씀해 주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마지막 진료로 잡아주시는 것도 나를 배려해 주시는 것임을 안다. 혹, 내가 진료를 마치고 질문을 한 것 때문에 신경이 쓰이셔서 다시 전화를 하신 건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약은 조금 늘었다.
(이때 이렇게 늘어난 약들 때문에 지금의 나비효과가 생긴 것인지 곱씹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