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진료일지
선생님은 항상
“이번 주 어땠나요?”
하고 물어보신다.
“안 좋았어요. 최악이었어요.”
저번주 화요일부터 일주일간 아주 최악이었던 이유를 나열했다.
비 오는 날 걸으며 울고 앉아서 울고. 생전 한 적 없는 밖에서 우는 일을 했다.
어떤 날은 술에 취해서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나의 우울증을 고백했다.
술의 여파로 다음날 아까운 반차를 날렸고.
아끼는 사람이 1초라도 나에게서 떨어지는 것이 싫고 불안해서 히스테리를 부렸으며.
주말엔 약도 이틀을 내리 안 먹었다.
생산적인 일이라곤 하나도 하지 않았으며.
그럼에도 ‘실수’라고 부를 수 없는 필연을 가장한 행동들은 계속되었다.
속에선 지렁이 오백마리가 들끓는 것 같아 역겹다가도 미치도록 공허해서 참을 수 없었다.
선생님은 열심히 타자를 두드리셨다.
내가 너무 자기 자신에게 팍팍한 것 같다고 하셨다.
술 마시고 속에 있는 이야기 조금 할 수도 있는 거고, 히스테리나 우는 일 등등 전부 이해 가능한 범주인데 왜 이렇게 그것들을 무겁게 생각하냐는 거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다. 술 먹고 한 말실수에도 좀 더 뻔뻔하고 싶다.
위에 나열한 행동들을 하는 나를 이해해보고 싶다.
근데, 나보다 더한 사람들도 잘만 사는데 왜 나는 고통받는지 알 수가 없다.
선생님은 항상 내게 생각이 많다고 하신다.
선생님 말에 수긍을 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나는 뼛속까지 청개구리+논쟁왕 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하는 말씀에도
“그럼에도”,
“그렇다고 해도요”
같은 단어를 써가며 내 생각을 피력한다.
선생님은 언쟁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나는 “네네”하다고 오는 것보다 이 편이 훨씬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사람이나, 삶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데 나는 너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셨다.
그건 주변에서 숱하게 들어온
“T발 C야?”
와 같은 맥락인 것 같기도.
어쨌건 내가 나의 기분을 가라앉게 할 원인을 제공했으며 그 원인에 대한 결괏값으로 우울이 찾아오니,
그냥 벌 받는 기분으로 우울을 때려 맞고 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나를 좀 더 가라앉게 만드는 사실은.
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다 약의 힘이었으며 약발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다이어트를 하다가 요요가 온 사람처럼 원점보다 더욱 안 좋아졌다. 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