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달래기

정신의학과 진료일지

by 해마

진료가 짧은 날이 있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날.


그런 날엔 왠지 모르게 답답하다

난 선생님과의 대화를 기다리며 오는데

약처방과 함께 몇 마디 나누곤

바로 다음을 기약하시면

괜히 아쉽다.


그저께가 그랬다.

그날은 이유 없이 공허했고, 답답해서

팔의 얼마 남지 않은 하얀 공간을 비집고

또 상처를 냈다


누가 날 기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완전 금쪽이다.


이걸 제발 그만하고 싶다고,

H나 K의 전화를 피하는 일도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선생님은 자꾸 시계를 보실 뿐이었다.


밖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가득했다.


평소에는 나와의 상담시간을 위해

퇴근도 차치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신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


라며 나를 달래도

잘 달래지지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은.

지독히도 내 말을 안 듣고 귀를 막는다.


몸도 머리도 이렇게 커져서

더 이상 나를 달래줄 사람이 없는데,

자꾸 아기같이 군다.


내가 나를 달래는 법은 뭘까

금쪽같은 나라는 새끼를

어떻게 하면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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