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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벨라 Sep 20. 2022

내가 달린 마라톤 (1) Big Sur Marathon

험악하고 가장 아름다운 코스

매년 4월이면 달림꾼이라면 죽기 전에 꼭 뛰어봐야 한다는 아름다움과 험악함으로 유명한 Big Sur International Marathon 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주최하고 있다. 2004년에 뛰었다.


새벽에 검은 하늘 빤작 이는 별들과 달에게  인사하고 차를 몬트레로 몰았다. 고속도엔 새벽이라 드문드문 차가 다녔다. 운전을 한 시간 좀 넘어했나? 도착했다.


파킹하고  주체 쪽에서 마련해 준 진노랑색 학교버스를 타니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많이들 긴장감과 흥분함에 도치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새벽 4시 30분, 30분마다  버스가 도착해 주었다. 마라톤은 6시 35분에 시작된다. 버스 안에는 역시 빤작이는 별들의 인사. 서로에게 굿모닝 굿모닝.


몬트레에서  Big Sur까지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울퉁불퉁하고 꼬불꼬불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이길. 26마일, 25,24 23…, 마라톤 코스의 푯말이 서 있는 것이 창밖으로 희미하게 보였다. 그렇다면 버스로도 위험한 이 길을 뛰는 것일까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나는 코스를 미리  운전해 탐방하지  않는다. 모르면서 갑자기 다가오는 위험이나 아름다움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생각지 않던 야생화를 발견할 때의 기쁨, 모래알 한 알 한 알 을 셀 수 있을 것 같은 대단함. 다행이다 싶었다. 알았더라면 신청을 못 했을 것 같았다.


창밖은 캄캄하기만 했다. 코스는 이랬다. 학교버스로 몬트레에서 출발점인 빅 서까지 운전해 내려갔던 길을 다시 달려서 올라오는 것이다. 그런 거리가 26.25마일(42.195km)이다.


Runner’s World 잡지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험악한 마라톤이라고 말했다고 해서만 아니라 내 눈에도 그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절경, 그림 속의 빅 서 국제 마라톤(Big Sur International Marathon).이었다.


어떠한 날씨에도 와우, 인스파어된다. 평생 잊지 못할 코스이다. 아름답고 시헌한 그러나 좀 쌀쌀한 날씨다. 험악한 돌 벽, 태평양 시퍼런 바다와 꼬불거리고 오르막이 심한 코스. 아직도 눈에 선하다. 뛰고 있는 이 모든 사람의 인원수는  오직  3천여 명.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다. 보통 마라톤은 2,3만의 참가자가 뛴다. 비해서 얼마나 작은 수인지.


 참가 자격에 제안이 있다. 아무나 참석할 수 없고 5시간 30분 안에 완주해야 만 신청할 수 있다. 21마일(33.79km) 선에 11:30분까지 도착해야 만 한다. 그리고 일단 신청이 오픈되면 이틀 만에 마감을 하는 빠른 마감으로도 유명한 마라톤이다.


추웠던 새벽. 입김이 후후 나른다. 유일하게 커피, 도너스, 컵케이크, 바나나가 나왔다. 음식과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뛰긴 처음. 카페인 때문인지 힘나게  뛰었다. 참가자의 완주 계획한 시간에서 30분 더 해서 줄을 서게 했다. 줄이라야 웅성거리고 복잡하게 서있는 달리기 꾼들이다.


총소리가 울리고 모두 달리기를 한다. 1마일(1.6km)도 안 갔는데 벽 모양을 한 큰 돌이 나왔다. 남자 달림 꾼들이 소변으로 무리를 지어 장식한다.  나도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안 가는 화장실도 다녀온다. 4시간 안에 뛰지 못할 바엔 화장실에라도 간다는 편한 마음이다. 다른 달림 꾼들은 달리면서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면 뛰기를 멈추고 사진도 유유히 포즈를 취해 가며 찍는다.


그 유명한 Bixby 다리. 높이만도 260피트(79.25m) 엄청나다. 10마일(16.1km) 정도에 나타났다. 받은 티셔츠에도 그림으로 박힌 다리이다.


달리기를 하고 있는 고속도로  1번엔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완전히 몇 시간을 닫는다. 오직  자전거로  달림 꾼들을 살펴주는 자전거 순경들이  노란색 재킷을 입고 멋있게 다닌다. 달림이 도  멋있지만 자전거 순경 역시 멋있다.


빅 서 마라톤에서 빼먹을 수 없는 그랜드 피아노와 블랙 탁 시도를 입은 피아니스트가 13.1마일(21.1km)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열정적으로 치고 있고 스피커로 크게 방송이 되지만 어느 한 사람 귀를 기울이고 음악 감상은 하지 않는다. 그 쯤이면 반은 왔다는 뜻이다. 모두들 달리기에 취해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그래서인지 죽은 사람의 해골과 뼈만 남은 송장이 길거리에서 마르고 있는 장식도 눈에 띄었다. 죽음의 계곡이라고 뼈다귀는 말한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내 꼴이 되는 거여 라고.


마지막 2마일(3.2km) 정도는 바닷가를 낀 가정집들과 비즈니스 건물에 황홀한 그림 속애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을 만들어 주었다. 뛰기엔 멋이 없었지만 빨리 마치고 싶어 있는 힘을  다해 휘청이는 다리를 조심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뛰었다. 기다려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내 자신이 할 일을 마친 사람 마냥 만족스러웠다.


완주 성공 4시간 20분 7초.


완주 목표시간에서 30분을 더 한 후 뒤로 가라고 했을 때 그냥 그 자리에 있었으면, 아름다운 그림 속을 정신 빼고 보지 않았더라면 더 빨리 들어왔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나는 사진은 안 찍었지만 풍경은 서서 짬짬이 구경했다.


발런티어들이 목에 두터운 메달을 걸어준다. 누구는 매끈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매달은 발런티어들이 손수 페인트 한 것이라 했다. 티셔츠 도 긴소매의 회색빛 셔츠다. 받아본 티셔츠 중 가장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면도 아닌 드라이핏이었다. 아직도 가끔 입어본다.


마치고 매달을 목에 걸고 나오면 생맥주를 준다. 평소에 마시지 않는 맥주가 그리도 시 헌 해 보이는지 정말로 정말로 마시고 싶었다. 그러나 운전하고 산호세로 곧 돌아가야만 하기에 삼가. 대신 빵, 과자, 빨간 사과를 받고 쥬스도 한통 받았다. 배가 고파 허우적거리며 다 먹고는 차에 올라 운전을 했다.


마라톤을 뛰는 동안은 완전히 혼자 뛴다. 너무 빠른 페이스로 나가는 건 아닌지, 너무 느린 건 아닌지, 신체 부위에 어떤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는지, 언덕에서는 얼마나 속도를 늦추거나 높여야 하는지, 내리막길에서는 또 어떻게 속도 조절을 해야 하는지,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발 자세가 어떤지, 몸과 정신과 호흡이 삼위일체가 되는지를 살펴준다.


뛰는 동안 길가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응원 구호들, 시내로 나오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고등학생들이 카 스톰 옷을 입고 소리소리 질러대며 응원해 준다. 동네 이웃, 같이 온 식구와 친구들이 또한 응원해 준다.


돌아오는 길. 운전하며 생각해 본다. 그렇게 많은 언덕들을 넘고 넘어 완주했다는 것이 대견했다. 정말로 언덕이 많았다. 특히 10마일(16.1km) 지점부터 허리케인 포인트까지 2마일(3.2km) 정도 오직 올라가기만 하는 긴 언덕은 고통이었고 아픔이었다. 뒤로도 작은 초록빛 언덕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얼굴과 팔다리엔 땀이 소금을 제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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