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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벨라 Sep 18. 2022

나는 달리는 여자

새 도전하는 독한 여자

달리기에는 나이가 많다. 꾸준히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이 귀중하다는 고집을 가지고 있다. 오는 12/21/2022이면  66 살이 되는 환갑 진갑이  지난 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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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6년간 달리던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십 년간은 뛰었다기 보다는 빠르게만 걷고 마라톤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53살 때 마지막 뛴 Death Valley Marathon에서 고생한 것에 주눅이 들었던 것이다. 나도 나이가 있어 더 이상 달리기가 무리라는 생각도 있었다. 주위에선 무릎, 무릎 하며 내 무릎을 걱정해 주고 있다. 오늘도.


달리기는 42살 되어 늦게 시작했다. 그때까지는 뛰어본 적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초등학교 운동일 날에도 뛰기를 거부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후에 달리기에  휘익 빠져버려 달림꾼이 되었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영업을  했다. 부동산 전문가로 15년간 일하면서 몸이 힘들었고 하루 16 시간 일하기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하루 일을 별보기 운동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었다. 피곤하고 몸이 힘들다 싶으면 운동하라는 말이 들려왔다. 나도 어떠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갖고 있는 당뇨병이 안 좋은지 몸은 더 피곤해졌다. 그러다  하루 기운 내어 부끄러워 들어갈 수 없었던 gym 에 들어서 1년 치 멤버십을 끊었다.


gym엔 아무 때나  다녔다. 일하면서 도중에 틈틈이 다니기도 했고 밤 12시에 가기도 했고 새벽 3시에도  갔었다.

처음에는 몇 발자국. 일분을 뛰어도 숨이 찼다. 평생 처음 달리기를 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또 몇 발자국. 이렇게 하고 한 달을 매일 뛰니까 6-7분간 뛸 수 있었다. 땀에 푹 젖는 모습이 보기에 건강했다. 시간이 없어서, 몸이 피곤해서 란 말이 핑계로 보였다. 시간은 만들면 되었고 피곤한 몸은 설 수만 있으면 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달리기로 일 년 후 10k(6.25마일)를 56분에 뛸 수 있었다. 달리기 복장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신던 운동화와 무거운 하얀 면 티셔츠를 입고 뛰었다. 같은 해 캘리포니아주 수도인 Sacramento에서  주관한 풀 마라톤을  4시간 23분에 완주하였고 이어서 12 군데의 풀 마라톤을  완주하였다.


달릴 때 나는 다른 달림꾼과 말을 안 한다. 음악도 듣지 않는다. 혼자 뛴다. 수양하듯 뛴다. 그러나 다시 시작한 달리기에는 음악이 포함되었다. 음악을 듣고 뛰었으면 더 빨리 뛰지 않았을까  옛날 생각도 해 본다. 주로 주위를 음미하는데 쓰레기조차 아름다울 때가 있었다. 바람은 얼마나 달콤한지. 새소리는 물론, 풀과 꽃과 나무들이 자라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내 몸속의 내장과 세포와 피가 흐르는 소리도 온몸으로 둘을 수 있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요즘은 이렇게 달리기를 도전한다. 밖에서 뛰기보다는 집 안에서 treadmill 위를 빠르게  50분간 걸어주고 10분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가 편한 스피드로 달린다. 빠른 속도를 더 빠르게 걸으면 저절로 뛰게 된다. 빨리 걷는 것보다는 뛰는 것이 더 쉬워지는 것이다.


편하게 뛴다고 부드러운 표현을 했지만 나는 65살에도 달리는 고집스러운 여자이다. 2023년 3월에 있을  로스앤젤레스  풀 마라톤(26.25마일, 42.195km)에 새 도전하는 독한 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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