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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벨라 Sep 23. 2022

캘리포니아에서 부동산을 하면서 (2)

내가 만난 조이스

오래전 이야기이다.

그때 조이스는 65살이었다. 내가 그녀를 만나 알게 된 것은 단지 2주일뿐이지만 앞으로 우리의 우정은 오래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로봇이 자그마한 타운 홈을 팔아야 한다며 내 전화기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긴 것이 한 3주 전이었다.


“뭐라고?”

“집을 판다고?”

“우린 집 안 팔아. 로봇?”

“약혼녀 집에 전화해봐. 거기서 살다시피 하는 걸.”


이렇게 우리는 조이스의 커다란 목소리로 먼저 만났다.

다음날 오전 로봇은 나의 사무실에 들러 집을 팔겠다는 서류에 사인을 하고 돌아갔다. 타운 홈은 로봇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


그의 어머니 조이스는  지난 15년간 아들과 열 살 난 손녀와 함께 살면서 음식도 하고 집안도 치우고 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lockbox를 집 밖에 설치하러 로봇 집에 들렀다가 그래도 집안의 어른이신데 하는 마음에 초인종을 누루고 나에게 전화로 소리소리 지르던 조이스를 만나게 되었다.


조이스는 그때까지도 나에게 집을 파는 것을 원치 않았음을 누누이 강조하였다. 그래도 아들이 명령했다며 집안이 잘 정돈되어 있는지 살펴봐 달라고 했다. 또 집을 보러 오는 손님이 오면 밖으로 있어야 한다는데 꼭 나가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밖에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에서부터 저녁 먹는 시간에 집을 보겠다는 손님한테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것이냐는 등등을 물어왔다.


자연스레이 식탁에 둘이 앉게 되었다. 이미 우리는 서로가 악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로 마음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이스는 아들 때문에 너무너무 슬프다고 했다. 밤에 잠도 못 잔다고 했다.


조이스가 남편을 암으로 잃은 것이 20년 전이었다. 집을 청산하고 빚을 갚고 나니, 그때부터 경제적으로 쪼들렸다고 했다. 조그마한 모빌홈을 구입했는데 아들 로봇도 자기 혼자 살기가 힘들다며 조이스한테 들어와 같이 살기 시작한 것이 15년 전이라고 했다. 그 후 로봇은 행복한 결혼과 아픔의 이혼을 거친 후 겨우 집을 장만하고 잘 살고 있었는데 약 6개월 전에 한 여자를  만나 약혼하더니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 칫고로 딸을 대리고 떠난다는 것이었다.


조이스의 서러움과 슬픔과  잠 못 이룸의 큰 충격은 로봇이 결혼한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제, 어머니, 남자 애인 하나 구해 나가 사세요.”

“어머니, 질리시지도 않으셔요? 우린 15년을 같아 살았다고요. 너무 오래 같이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셔요?


등등의 말 때문이었다.


조이스는 지난 15년간 여러 번 이사했는데 그때마다 같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집을 팔고 새 집으로 갈 때도 당연히 같이 가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내 나이 65세인데… 이제 어디 가서 무엇을 하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갈 곳 없는 여자입니다. 같이 살 남자를 구합니다.”


라는 문안을 써서 가슴에 붙이고 길로 나가야 하는 거냐며 내가 부럽다는 것이다. 동양인인 내가. 어른을 공경하는 풍습을 가진 모든 동양인들이 부럽다고 했다. 백인들이 동양인들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한 시간 정도 앉아 조이스의 옛날이야기를 들어주고 온다. 지난번엔 아침 9시에 들린다니까 커피까지 끓여놓고 나를 기다려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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