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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벨라 Sep 27. 2022

캘리포니아에서 부동산을 하면서 (4)

향인 전염병


집을 팔아 달라고 부탁하고는 라스베이거스로 남편 따라 이사  향인에게서 자그마한 소포가 왔다. 토요일에 회사로 도착한 소포는 그날  11시가 되어서야 열어   있었다.


낮에 열어 보는 편지나, 열어보는 소포는 깊은 밤에 여는 소포와 분위기가 달랐다.  깊은 밤, 아무도 없는 회사 사무실에서 깊숙한 의자에 몸을 던지고 정겨운 편지를 읽었을 때의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더더욱 편지의 내용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향인과 나는 여러 번 만나보지 못한 사이이다. 서 너번 만나 보았을까. 그저 아는 것이라면 인도인인 남편을 비엔나에서 인지 런던에서 인지에서 만나 연애하고 미국으로 들어왔다는 것. 바순을 연주하는 음악인이라는 것. 또 있다면 서울에 계시는 어머니가 미국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지 않차 남편에게 아무 말 않고 무작정 비행기 타고 향인을 보러 오시는 어머니가 계신다는 것.


이러한 향인은 나에게 유모 있게 까만 잉크의 펜으로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그림을 그려 화살표를 하고는 ,


“이것을 팔아주신데 감사드리고 더욱이 좋은 가격에 팔아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로 시작한 편지에는 동충하초 한 병을 함께 보낸다고 하였다.


“이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하면서 가로 안에 (약장수 말투)라고 써 놓고는 이 회사 제품은 천연 약초를 특허공법으로 만들어 임상 실험을 통해… 약효는 활력과 체력의 증진, 신체 활력, 지치고 피곤함 해소, 스태미나 증가, 폐기능의 향상…”등이라 하였다.


아무튼 먹으면 좋다는 것이었다. 향인도 먹고 있고 약이라면 다 독약으로 알고 있는 남편도 먹고 있다는 것이다. 힘이 저절로 난다면서 꼭 먹어 보라고 보내준 소포 안에는 편지와 동충하초 한 병이 들어 있었다.


밤 11시가 훨씬 넘어가는데 한동안 사무실에 있었다. 고요함 속에서 그녀의 고운 마음에 감동한 것이다. 더구나 요즘의 나는 신체적으로 예전보다 더 피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고맙고 친절한 그녀에 대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향인에게 전화를 하였다. 너무 고맙게 잘 받았노라고.


“그리고 생각해준  그 마음에 나는 감동했어요.

울 뻔했어요.”


조그만 걸 가지고 뭘 그러냐기에,


“몸이 아파 골골하고 있는 아내에게 남편이 약 사 먹어!  말하는 남편이 있겠고 , 못 들은 척하는 남편도 있겠지만 아무 말 없이 사라진 남편이 돌아와 내 밀은 한 병의 약… 그런 기분이었어요.” 했다.


꼭 라스베이거스에 와 방문해 주는 걸로 알고 기린처럼 목 빼고 기다리고 있겠다면서 편지를 끝맺었다. 그 후로 전화를 자주 못했다. 바쁘다는 것은 그저 핑계였다. 전화를 자주 하면 행여 그녀에 대한 고마움에 때가 묻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친절이 전염이라는 말이 있다. 향인으로부터 받은 고마움은 이상하게도 나를 친절한, 상냥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향인 전염병에 걸린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몇몇 이웃과 손님들에게 어떻게 지내고 계시 나며 친절히 안부전화도 하고, 함께 전화선을 오가며 나의 웃기는 얘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기막힌 얘기를 듣기도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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