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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벨라 Oct 10. 2022

행복 세기

두 아이, 아들 Stewart와 딸 Kiku 가 나에겐 있다. 몇 해 전 Stewart 가 Kiku에게 자그마한 그물주머니의 구슬을 선물로 주었다.


그 구슬은 하학길에 동네 남자아이들이 두 다리를 꾸부리고 심각하게 놀이했던 평범한 구슬이었고, 행여 어린 동생이 입에 넣을까 어머니께서 염려했던 구슬이었고, 두 손바닥 사이에서 잘도 비벼대던 구슬이기도 했고, 동그르 구르다가 사라져 버렸던 구슬이기도 했다.


Stewart는 Payless에서 5불도 체 쓰지 않은 선물이라 약소하다며 구슬 자루를 Kiku에게 건네주며 이렇게 얘기했다.


“이 구슬들은 이래 봐도 행복의 생각 happy thought 들이야. 우울하고 속상할 때 이 구슬을 바라보면 다시 행복해질 거야.”


그 말에 무척 감동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 문득 “행복”에 대해 생각하다가 좀 침울한 기분이 되었나 보다. 그만 구슬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알알이 떠 올랐던 것이다.


내일 회사에 들어가기 전, 구슬을 사러 가야겠다고 계획해 본다. 구슬의 힘을 빌려서라도 행복들의 생각을 가질 수만 있다면 이 우울함이 사라질 것 같다.


여러 색깔의 구슬들과 그것들을 담아 놓을 투명 한 유리병도 곁들어 살 것이다. 색깔에 어울리게 이름도 지어 줄 것이다.


너는 기쁨, 너는 행복, 너는 슬픔, 너는 성취감, 너는 평온함, 너는 감사함, 너는 사랑.., 이라고 말이다.


하루를 보내면서 누구를 더 만나게 될까 궁금하다.


문득문득 행복하다고 느껴질 때 행복의 구슬을, 감사하다 하는 마음이 생길 때 감사의 구슬을 유리병에 담아 볼 것이다.


한동안 가계부를 적어보면 지출한 돈의 행방을 곧 알게 되듯, 나도 감정의 가계부를 적어 보련다.


그런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유리병에 모인 구슬들을 세어 볼 것이다. 그동안 누가 얼마 더  모였을까 하고 말이다.




(사진: 2022년 7월, 그리스 산토로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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