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iseTwoSisters Sep 16. 2022
장마가 끝난 오늘이야말로 나에게 오래간만에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당근마켓에서 포켓몬빵 1개를 사려면 보통 3천원은 줘야 하는데 오늘따라 4개에 8천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돈도 절약하거니와 포켓몬빵에 미쳐있는 아이에게 빵을 2개씩 사다줄 수 있음이다.
아이들은 1년 가까이 포켓몬에 굶주려 있다. 빵, 노래, 피규어, 스티커, 게임까지 지랄병을 하였다. 엉덩이를 후려갈겨도 아이들은 아침부터 포켓몬빵을 사고 싶다며 아빠를 졸랐다. 못 사주는 마음이 영 시원치 않아 퇴근길에 43도의 당근 거래자를 만나 빵 4개와 8천원을 맞바꾸었다. 툴툴거리는 차의 엑셀을 풀로 밟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 황혼에 가까운 듯하다.
빵 봉지를 들고 집에 다다르니 쿵쾅 뛰어오는 소리와 "뛰지마" 라고 외치는 애엄마의 소리가 익숙하다. 빵을 꺼내드니 연신 "대박"을 외치는 딸 사이에서 나의 눈은 개개 풀리기 시작하였다. 원수엣 돈! 육시를 할 돈!이지만 이 순간만은 돈 쓰는게 보람차다
아이들은 빵을 먹다 이내 띠부씰을 서로 갖겠다며 실랑이를 벌인다. 그러다 작은 딸이 고사리 같은 손을 들어 언니의 뺨에다 대고 풀매질을 친다. 쨕 소리가 터져나갈새의 무시무시한 정적 ㅡ 이내 세상이 떠나갈듯 큰 애 울음소리가 귀를 찌른다. 나는 "작은 딸!" 이라고 아이의 이름을 몹시 부르며 왜 언니의 뺨을 때리냐고 다그쳤고, 작은 애는 아빠의 모습에 기겁을 하며 "아니야!" 라고 몸을 떨며 소리친다.
집사람은 작은 애를, 나는 큰 애를 끌어안고 뺨을 어루만지며 "괜찮다, 괜찮다" 위로하기 바빴다. 시간이 좀 지나고 진정이 된 작은 애를 무릎으로 불러앉혀 안아드니, "아빠는 나를 혼내지마"라며 훌쩍훌쩍 혀짧은 소리를 토해낸다. "그래, 아빠가 절대로 화 안낼게, 미안해" 답하는 말끝엔 목이 메었다.
나는 작은 애의 얼굴에 비벼대며 "포켓몬 빵 4개를 싸게 구했는데 왜 아사리판이 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이라고 중얼거렸다.
#결국띠부씰은언니에게 #레어띠부씰이나와서놀램 #현진건작가님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