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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4살 자매 육아에세이
05. 커서 아빠랑 결혼할거야
딸들과의 데이트
by
WiseTwoSisters
Sep 16. 2022
#1
7살인 큰 딸은 기분좋은날엔 이렇게 말한다.
"난 커서 아빠랑 결혼할거야"
이 날도 그런 기분좋은 날 중 하나였나보다.
#2
집사람은 서울로 여행을 갔다.
남은 셋이서 특별한 계획없이 동네로 나섰다.
살랑살랑 덥지도 춥지도 않다.
우리는 팥빙맛집이라 별명붙인 카페 '숨'에 들렀다.
밀크쉐이크 1개, 크로플 1개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마시듯 삼켜버리는 망아지들.
15,000원을 3분만에 쓰는 순간이다.
탕진잼이라 할지 소확행이라 해야할지.
맛있다고 또 사달라고 하지만
"이따 밥먹어야하니까 안돼"하고 거절했다.
그런데 사실 100그릇이라도 사주고 싶다.
#3
문화의 거리에 서서 밴드연주를 구경했다.
티셔츠나 살까싶어 옷가게에 들렀다.
신기하게도 1층에서 포켓몬인형을 팔고 있다.
너무 비싸 2층으로 도망치듯 올라갔다.
여기선 크록스에 붙이는 포켓몬 지비츠를 판다.
개당 천원이길래 "각자 3개씩 골라"하고 쿨하게 얘기했다.
그런데 이 녀석들 2,500원짜리 LED 지비츠를 골라놨다.
그 승자의 표정은 뭔데?
정작 티셔츠는 안사고 지비츠만 잔뜩.
신이 나서 뛰어가는 크록스에 꼬부기, 이브이가 반짝반짝 빛을 낸다.
#4
옷가게를 나와 옆골목의 인생네컷에 들어갔다.
어디서 봤는지 피카츄 머리띠를 귀신같이 찾아 쓴다.
스티커 사진은 겨우 4천원이다.
추억을 실사화할수 있어 매우 경제적이다.
몇번 찍어봤다고 스스로 포즈를 취한다.
8컷 중 잘 나온 사진 4컷을 본인들이 고른다.
모두의 표정이 좋은 사진을 고르는 큰딸.
문구도 입력하고, 출력사진을 비닐에다 끼우는 모습이
다 큰 언니같다.
#5
사진관을 나왔더니
초등학교
고학년 몇몇이 길에서 탕후루를 먹고있다.
"너도 더 크면 언니들처럼 버스타고 쇼핑하고 떡볶이사먹어"
그랬더니 전술한 아빠랑 결혼할거라는 말이 나온거다.
시내 데이트가 기분 좋았나보구나.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찌릿찌릿..
기분이 몰랑몰랑하니 눈물이 났다.
시간이 지나면 너는 이 기억을 잃어버리겠지.
하지만 아빠는 이런 추억을 먹고 살아갈거야.
어제일처럼
#이런딸을가져갈사위새퀴얼굴이궁금하구나 #결혼식장에서난아마울겠지 #결혼해도자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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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분
포켓몬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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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과의 추억을 기록해요. 잊혀지면 아쉬운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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