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어린이들끼리 공감하고 상처받는다. 2대밖에 없는 그네 앞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며 힘을 기른다. 2층에서 점프했다가 혼이 난단걸 배운다. 비슷한 또래 친구에게 "너 몇살이야?"라고 물어보며 미성숙한 사회성을 키운다.
벤치에 앉아 지켜보자니 애들 성격이 보인다. 큰 애는 벌써 또래 친구들과 친해졌다. 놀이터를 뛰어다니면서 리더십을 보인다. "숨바꼭질 할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니 3~4명이 달려든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술래를 뽑는다. 그리곤 10,9,8,7... 꺄아악 도망치며 여기저기 숨는다. 동생들에게 친절하고 케어를 한다. 언제 저렇게 컸니. 예전에는 자기 맘대로 안되면 짜증을 부렸다. 자기 분을 못이겨서 울고 소리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게 많이 없어졌다. 어린이집에서 5~7세 통합보육이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작은 애는 활기차다. 깔깔거리며 놀이터를 종횡무진 마이웨이로 돌아다닌다. 몸을 잘 써서 클라이밍이나 철봉같은 걸 무서워하지 않는다. 엄마를 닮은 모양이다. 아직 나이와 숫자에 대한 개념이 완벽하지 않다. 언니, 오빠, 동생에 대한 감각이 부족해 보인다. 혼자 노는 것 같더니 언니랑 같이 놀려고 한다. 언니는 동생이 귀찮게 느끼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동생을 케어하고 알려주려 한다. 둘만 있을 때는 서로간에 의지하는게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친구가 있으면 동생보단 친구가 우선인 것 같다. 둘째도 더 크면 친구를 먼저 찾겠지.
큰딸이 나에게 다가와 말한다. "아빠 괴물놀이 해줘". 나보고 괴물 흉내를 내면서 쫓아다녀 달라는 얘기다. 큰딸은 제일 신나게 도망다닌다. 그러면서 연신 "우리 아빠야 우리 아빠야" 하고 소리친다. 자신과 잘 놀아주는 아빠가 있음을 자랑하고 싶어서겠지. 하지만 괴물놀이는 유치하고 창피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생각해보라. 아파트 아줌마들 나와서 수다를 떨고 있다. 그런데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우워어 하면서 뛰어다닌다? 벌써 얼굴이 화끈하는군
그럼에도 일어섰다. 놀이터라는 사회속 주인공은 너희들이니깐. 아빠는 조연 역할에 충실할게. 언제나 든든한 아빠이고 싶다. 어서 도망가거라, 잡으러 간다! 우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