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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수 Oct 27. 2022

우리 동네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우리 동네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헝클어진 머리와 솜이 터진 겉옷, 불콰한 얼굴의 그들은 다른 곳에서는 좀체 마주치기 어렵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쉽게 마주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은 어디에서든지 쉽게 눈에 띈다. 별안간 도로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지나가는 행인들을 빤히 쳐다본다거나, 혼잣말을 하면서 벽에 머리를 박는다. 그러나 그들이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큰 목청도, 과장된 행동도 아닌 냄새로서다. 소리를 치면 귀를 막고,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면 눈을 내리면 되지만, 냄새는 피할 수가 없어 나로 하여금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자리를 뜨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나는 그 사람들과 계속해서 마주쳤다. 서울의 가장 구석진 곳에 산다는 것의 의미는 그러했다. 

절대 밝다고 할 수 없는 음습한 지역, 낮에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아 활기가 돌지 않는다. 밝은 곳에서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숨어든다.

우리 동네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사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우리 동네가 어둡고, 습하고, 구석지기 때문이다. 구석진 우리 동네에는 도축장이 있다. ‘개가 도끼를 물고 다니는’ 우리 동네에는 늘상 바닥에 핏물이 고여있고 초등학생들은 피 웅덩이를 겅중 뛰어넘으며 학교로 향한다. 길거리에는 피 비린내가 늘상 은은하게 나고 있다. 불쾌한 눈초리와 손에 들린 담배. 거리에서는 이상한 사람들이 누군지 알기 어렵다. 피 비린내가 거리 전체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의 끝자락일지라도 서울은 서울이었는지 사람들이 우리 동네를 재개발한다고 한다. 아파트가 올라가고, 동네는 공사판이 되어 정신이 없다. 길가엔 공구들이 널려 어지럽지만 동네에 활력이 넘친다. 듣자하니 젊은 도축업자가 주축이 되어 동네를 정비한다고 한다. 사람들의 얼굴 역시 생기가 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그들은 내가 알던 얼굴이 아니다. 더 젊고, 활력이 넘치며, 밝은 얼굴이다. 내가 알던 얼굴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밝은 얼굴을 피해 더 어두운 곳으로 향한다. 

우리 동네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그들은 여전히 이 구석진 곳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이곳에 살 수 있는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구석진 동네에도 빛이 비추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더이상 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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