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헌의 멀티버스, 살롱

미로헌 탐구생활 - 공간이 바꾸는 관계의 풍경

by 조선희


삼면이 유리창인 공간. 남쪽 창으로는 한라산이, 서쪽 창으로는 공원이, 동쪽 창으로는 속마당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미로헌의 여러 공간 가운데 가장 트이고 가장 넓으며, 우리의 '셰어라이프 in 셰어하우스'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이다.



처음부터 우리는 이 공간에 남다른 기대를 품었다. 개인 공간이야 저마다의 개성으로 채워질 테지만, 이곳은 다 함께 머무는 자리이므로 혼자와 함께가, 일상과 이벤트가, 휴식과 업무가 뒤섞일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설계 단계에서 각자가 내놓은 바람들은 그 자체로 우리가 미로헌에서 이루기를 바라는 삶의 방식이자 미래에 대한 선언이었다. 어쩌면 살롱은 우리 전 구성원의 바람을 구현한, 작은 우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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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살롱 ~ 카페처럼 느긋한 분위기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 벽난로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영화도 함께 보자. 넓은 바닥에서 함께 요가나 스트레칭은 어때?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 ‘따로 또 같이’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구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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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살롱 ~ 마치 고양이처럼 은밀하게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 때론 책을 읽고 때론 업무를 보고 때론 그냥 멍하니 있어도 좋은 공간을 원해. 넓은 빈 바닥이 있어서 홈 트레이닝을 하고, 한쪽엔 커피나 스낵을 즐길 수 있는 바가 있었으면 해. 전체적으로 심플한 우드 소재에 화이트나 라이트 베이지 톤, 어때? 심플하고 미니멀한 라인과 색감이 좋을 것 같지 않아? 창가에 야트막한 마루를 놓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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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의 살롱 ~ 우리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곳이 되었으면 해. 커피바, 서재, 영화관, 운동장, 회식 공간이 all-in-one인 공간, 멀티룸. 더 나아가 뭔가 의미 있는 실험이 일어나는 인큐베이팅 공간이면 근사하지 않겠어? 남쪽 창 안쪽으론 툇마루를 놓는 거야, 그 아래에다 운동기구나 음향 기구 등등 우리가 살롱에서 쓸 물건들을 수납하자. 천고를 높여서 로프트를 만들고 거기에 캣워크 닮은 공간을 만들어 서가를 꾸미는 거야. 음, 작은 세면대와 화장실도 필요할 거고. 살롱에서 함께 하고 싶은 게 많아. 꼭 그렇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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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의 살롱 ~ 난 내가 가진 커피 도구들과 기계들을 차려놓을게. 그라인더부터 드립 도구들과 캡슐 커피 머신까지, 내 커피 살림은 빵빵해. 카페에서나 봄직한 커피 컵 세척기며, 소형 식기 세척기도 있거든. 레트로 분위기의 수납장과 벽 선반에 가지런히 정돈하면 그 자체로 멋스러운 인테리어가 될 거야. 다들 커피를 즐기니 내가 살롱 커피바 주인장 할게. 미로헌 시공할 땐 ‘현장 감독’이었지만 이젠 ‘바리스타’로 불러줘. 알다시피 난 한번 꽂히면 끝까지 파는 성격이야. 그동안 엄청 많이 테스트해서 최고의 레시피를 만들었어. 난 커피를 만들기 전 준비하는 것부터가 즐거워. 아마 시중에서 사 마시는 웬만한 커피보다 월등할걸. 난 이제 밖에서 커피 못 마시겠어. 커피 고픈 자들이여, 다들 내게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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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살롱 ~ 그냥 우리가 시시덕거리며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 내가 맛난 요리를 한 날이면, 살롱에 차려놓고 둘러앉아 함께 나눠 먹고. 어쩌다 몸이 무겁거나 마음이 울적한 날엔, 살롱에 나와 햇살 아래 잠깐 누워 있다가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기운을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는 여기 앉아 책을 쓰고, 누군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음악을 듣다가 문득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는... 그런 장소였으면 해. 제각기 다른 얼굴로 늙어가고, 서로 다른 속도로 하루를 건너면서 그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같이 나누는 공간.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살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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