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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 작가 Jan 28. 2023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

최진우 지음     


아는 분이 작년쯤에 자신이 하고 있는 독서모임에 선정된 책 중 하나라며 알려주셨다(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장바구니에 오랜 시간 있다가, 집으로 와서도 책장 한편에 제 집인 양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시간을 지나온 책은 손에 잘 들어오지 않은 것에 반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안을 휘저어 재배치한다.


이 책은 글을 잘 쓰는 방법보다는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1 꼭지의 글을 매일 쓰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100일이 지난 뒤에 다시는 글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원동력 삼아  100일이 지난 뒤에도 글을 쓰는 나로 살아가기 위한 프로젝트다.      


특별히 내가 알만한 내용은 없을 거란 생각은 맞았다(그래서 쉬이 손에 안 잡혔나 보군). 게으름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글을 쓰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한 시기는 지난 것 같다. 글을 쓸 때 서두를 잘 써야 한다는 가, 형식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절차대로 쓰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쓰고, 고치는 작업을 한다. 서평이나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는 일단 올린다는 생각으로 가벼이 올리지만, 책을 내는 작업은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다.   

   

글쓰기를 미루었다. 미루기를 반복하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은 때에 우연히 집어든 책.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갈 책이 나에게는 뭔가를 얹어주기도 한다. 지금 이렇게 내가 다시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혹시 불쾌하게 하고 스트레스 주는 자극을 애써 무시하는 듯 살면서 고통과 상처를 입고 살지는 않았는가. 상사의 묘한 표정이나 언사에 모멸감을 느껴도 상황을 모면한 뒤에는 꺼림칙했던 그때 느낌을 떨쳐버리려 하지는 않았는지, 법으로 명시된 육아휴직을 써야 할지 눈치가 보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지는 않았는지, 거북한 마음이 들어도 내 감정의 정체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면 쉽게 잊어버리고 나중에 또 그와 같은 일을 당해도 그저 기시감으로 착각했다고 여기게 될 뿐이다.      


옆자리에 앉은 월급루팡(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이 근무시간 내내 잠을 자도 상위 고과를 독식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몇 자 적다 보면 기분이 좀 누그러진다. 남편과 대판 싸우고 나서 있는 흉, 없는 흉을 노트북에 쏟아붓다 보면 마음이 풀리기도 한다. 상사에게 얼토당토않은 질책을 받은 후엔 표현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울분이 차오른다.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대며 폭발하려는 욕구를 당당히 표현하는 것은 ‘권리’다.    

  

즐겨라. 글쓰기는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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