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를 건너간 사람들

by 김오 작가


신주쿠를 거쳐간 아르바이트생은 내가 일한 시간만큼이나 많다.


스무 살에는 모르는 이들 두 명이 자주 왔다. 이전 아르바이트 생이었다. 한 명은 176cm 정도의 키에 호리호리한 호남형으로 느물 느물한 성격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173cm 정도의 보통 체격에 피부가 매우 검은 편이었다. 눈이 크고 비교적 사교성이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광기가 흘러 섬뜩하기도 했다.

그 둘이 종종 가게에 들러 “삼촌~”이라고 부르며 가게 영업이 끝날 때쯤 나타나서 같이 술을 먹거나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지금도 그다지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나는 시골에서 상경한 순진한 촌뜨기였고, 덕분인지 더 이상의 친분은 없었다. 다만, 내가 아르바이트생이 되어 가는 순간의 만남이나 내가 익숙해진 후에 온 아르바이트생이 사장님과 더 친분을 표할 때의 기분 변동이 기억으로 남는다. 사장의 신뢰가 공유된다는 것은 신주쿠 부품에 마음을 삽입하는 작용을 했다.


A 아르바이트생은 나보다 두 살 위로, 키는 165cm 정도에 약간 통통하지만 얼굴이 작고 하얀 피부에 순수한 매력이 있었다.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 신주쿠에 들른 B호프 사장한테 넘어갔다. B호프 사장은 능구렁이처럼 생겼는데, 인성도 그랬다. 그 남자를 만난 뒤 여자는 살을 쪽 빼고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웃고 있는데 살랑이는 바람에도 미간이 얼룩질 것 같은 미묘함을 얹어 가고 있었다. A는 호프집 사장과 동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국 호프집 사장은 보란 듯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넘어 A를 찼다. 그 여자는 시골로 내려갔고, 휴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뒤로 그녀의 행방을 아는 이는 없다.


나도 그곳, B호프에서 잠시 일을 한 적이 있다. 왜 촌티가 펄펄 나는 나를 그곳에서 일해달라고 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B호프는 상당히 컸다. 1층에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있고, 2층은 룸이 있는 미니클럽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사장은 “그 옷은 어디 상설매장에서 사 왔냐?”

“그런 옷은 매장에서는 안 팔 거 같은데?”라며 비아냥거리기 일쑤였고, 정작 일은 하지 않고, 영업시간에도 잘 나오지 않은 인상적인 동그라미였다.

아르바이트 생들은 대학이라든가 공부와는 담을 쌓았을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곳에서 전단지, 탬버린 흔드는 법, 과일 안주 깎는 법 등을 어깨너머로 배웠고, 음대 언니들의 보아 노래를 개사한 ‘더 씨발 넘버원’을 쩌렁쩌렁하게 듣기도 하였으며, 모델이 희망이라는 한 20대 후반의 남자 직원에게서는 스텝과 계단을 오르내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다 눈을 뜨니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장에게 말을 하니, 웃긴 일이 있는 듯한 사장의 능글맞은 표정이 내려왔고, 나는 안녕했다.

신주쿠에서 항상 바쁜 것은 아니었다. 손님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근처에서 자취하는 친구들이 들러 어묵이나 우동(가락국수)을 먹고 가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사장과도 친분이 생겼다. 그러다가 아르바이트생이 되기도 했다. J도 그중 한 명이었다.


J는 158cm의 키에 55kg 정도의 체중, 얼굴이 작고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하게 생긴 아이였다. 학교 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연애에도 솔직한 편으로 대학교 4년 내내 남자 친구 없는 시기는 대학생이 된 초기 한 달 남짓이 아니었을까 싶다. J는 같은 과 선배와 사귀는 것을 시작으로 수없이 많은 동거를 하였다. 그런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호감을 표했던 남자가 몇이었는 모른다.

인기가 많은 그녀의 남자들은 대부분이 ‘찐따’였다. 그녀는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학력이 모자라던, 인물이 모라자던 ‘문제없어’였다. 지금 사랑하면 모든 것을 줄 듯이 함께 했다. 그리고 사랑이 식으면 가차 없이 돌아섰다. 결혼에도 이 불문율은 깨지지 않았다.


Y는 163cm의 키에 57kg 정도의 체중, 약간 서늘한 인상이었다. 항상 무언가 불만에 차있었던 얼굴, 손이 시리면 “손이 끊어져 나갈 것 같아.”라고 하는 등 다소 과한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객관적인 자신과 자신이 생각하고 바라보는 자신의 차이가 너무 커서 마치 다른 사람 같을 정도였던 아이였다. Y는 약 한 달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비교적 잘하는 편으로 사장의 눈에도 좋은 평을 받았다. Y는 엄마가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한다며 그만두었다. Y의 엄마는 아직도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것조차 모른다.


신주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아르바이트 생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에 속한다. 쉽게 돈을 버는 일에 몰리기 마련이다. 밤을 새워가며 노동을 해야 하는 것에 눈을 두기는 어렵다. 그래서 금방 그만두는 이도 여럿이었고, 하려는 사람을 찾는데도 점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주쿠에서는 여러 방식으로 아르바이트생의 생각에 발을 맞추어줬다. 요일만 하고 싶다고 하거나 시간제한을 걸어서 하고 싶다거나 주급으로 받고 싶다고 하거나 등등의 요구를 맞춰줬다. 그러다 갑자기 못 나오겠다고 하면, 사장은 자연스럽게 일정이 없는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일이 없을 때는 거의 대부분을 자취방에 누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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