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이틀 째
우리 복덕방에 입사한 지 이틀째!
사장님이 중개 업무의 여러 가지 주의 사항, 유의 사항 등등을 구구절절 일러 주신다.
발로 뛰어야 한다. 육 개월은 고생할 생각을 해야 한다. 고객에게 과장되게 전하거나, 기망을 하면 안 된다 등등을 전달하신다.
사장님은 크리스천이시라고 한다. 그래서 신실하시고 진실된 거래를 해야 함을 강조하신다. 나는 노트에 열심히 적으며 연신 네! 네! 를 한다.
한참 후, 그런데 사장님, 네이버 지도, 구글맵에 저희 우리 부동산은 안 보이는데요...?
구글? 아 그 구글이 이상해 ~~ 하시며, 핸드폰을 붙들고 씨름하시기 시작한다. 옆에서 보니 구글 맵 로딩조차 안 된다... 사장님 폰이 아이폰이신데 언제 구입하셨어요? 이거 새 거야! 작년에, 바꿨어! 하신다. 아이폰 15요? 아니 몰라. 자세히 알아보니 아이폰 SE로 공짜로 바꾸셨다 한다.
읔… 내 3년 전 13프로 맥스보다, 더 후진. 그래도 그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으며 사장님 폰을 유심히 어깨너머로 유심히 들여다본다. 보아하니 폰의 후짐이 문제가 아니라 계정의 문제 같다. 사장님 책상 위에 올려 놓인 노트북을 가리키며 이걸로 로그인해 보세요. 내가 그러니, 노트북에서 이것저것 해, 보신다. 역시 안 된다.
사장님은 엄청 짜증 내며 몇 시간을 컴퓨터 핸드폰을 붙들고 계신다.
그래도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사장님의 짜증 웨이브가 50센티 떨어진 내 책상까지 울린다.
나는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사장님, 아무래도 계정 문제 같은데... 요. 구글 계정을 하나 새로 만들어 쓰시는 게 어떨까요? 하고 1차 해결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사장님도 그 계정이 무슨 사이트와 연결돼 있다고 포기할 수 없다고 계속 고군분투하신다. 그 명함에 있는 도메인? 그거 지금 Not found로 연결되지 않고, 도메인만 점유하고 계신다.
메일도 연결돼 있다고. 그래서 난 매일은 따로 그대로 사용하시고, 폰과 컴퓨터에 새 계정을 만들어 로그인하면 된다고 또 읍소한다.
사장의 트러블 넷에서 나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 사장님은 요지부동! 나의 파이널 제안. 저 구글 코리아 본사에 가서 직접 문의해 보세요.
점심시간이 벌써 왔다. 쟈 점심 고고! 뭘 좋아하냐고 하셔서, 평소에 근처에 가고 싶던 2인 이상 주문 시 생선 4종류 + 서덜탕으로 안내를 했다. 들어가기 전 지하라서 공기가 안 좋다.. 등등을 운운하시며, 식당 테이블에 자리 잡으신다. 하지만, 고등어, 갈치, 삼치, 임연수 각 하나씩과 탕 나옴에, 흡족해 하신다. 생선이 신선하다고 어디서 공수하는지도 물어보신다. 다행이다. 이 지하 식당까지 오는데 꽤 거리가 있어 시간도 걸렸었는데...
무사히 점심을 마치고, 사장님은 한참 외출을 하고 돌아오신다. 손에 종이 한 장 들고 계신 걸 책상 위에 던져 놓으신다.
“구글 이것들은 오만해. 우리나라에서 퇴출시켜야 돼!”
왜요? 사장님? 또 사장님의 빅 짜증 웨이브가 물결친다.
요는 진짜로 사장님이 구글 코리아 본사에 갔다 오신 거다. 그러나 그들이 본사는 마케팅 전문이라 해결할 수 없으니 여기로 문의하세요. 하고 구글 무슨 서비스 센터 종이 한 장만을 쥐여 주었다고 한다. 오전보다 더욱더 열받으셨다. B5반 만한 종이를 째려보시며 마구 구글 험담을 한다.
전문가를 부르신다고 한다. 빌딩 고층에서 근무하는 어떤 지인 한 분이 1층에 위치한 우리 복덕방으로 내려온다. 그분도, 한참 사장님의 핸드폰이며 컴퓨터를 맥가이버처럼 들여다보더니, 결론은 새로 계정을 만들세요.라고 하신다.
사장님이 구구절절 왜 이 계정을 살리고 싶은지 얘기하나, 메일과 사이트는 따로 관리하면 됩니다.로 귀결된다.
그래? 그럼 나 하나 더 있어~~ (내가 말할 때는!?)
이렇게 구글 문제가 해결된다. 전문가님 감사해요~~ 우리 사무실에 평화를 주셨어요.
사장님이 구글 맵을 여시면서 미국을 찍으신다. 친구분들과 20박 서부에서 동부 횡단을 했다고 하신다. 맵은 잠깐이고,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여 주시며 너무 좋았다고 자랑하신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십 장의 사진들을 보여주신다. 광활한 풍경, 넓은 필드, 캠핑카 안에서의 식사 장면 등등을 보여 주신다. 나는 오버액션하며 “ 어머 너무 멋있어요! 미국은 광활하니까요. 어머 너무 멋지세요! 친구분들과 너무 환상이시네요! 감탄사를 남발하며, 사장님의 기분 업! 업! 을 도모한다. 저는 미국 동부밖에 못 가 봐서요... 한 게, 살짝 후춧가루를 뿌린 건가?
바로 또 일본으로 넘어가신다. 여기가 황궁인가? 일본에서 25년 살다 온 나에게 일본 갔다 온 자랑을 하신다. 이 근처 00 호텔에서 묵으셨다고. 어머~~ 오성급 호텔이죠? 저는 비싸서 지나 만 갔지 묵지는 못했어요. ~~ 일본은 황궁 근처는 일 등급치이고 고도 제한도 있어요~~“너무 좋으셨겠네요! 사장님 기분이 또 황궁 위를 나는 듯하다.
이렇게 우리 복덕방의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