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주 갖더니 내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욕실 리모델링을 할 때 철거한 기존 타일과 쓰레기들을 직접 싣고 석수역 인근에 있는 폐기물 수집장으로 운반해서 처리한 적이 7, 8월에 2번 있었다.
이때는 직접 시공을 할 때 여서 나의 일이었다.
인테리어 사부를 따라다니던 몇 개월 전부터는 현장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를 내차로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계속 받고 있다.
처리비는 주지만 별도로 차량 운영비는 생각지도 않는 것 같아 기분이 꽤 상해 있다.
그리고 쓰레기를 처리할 때면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여기 와서 배우고 있나 한심하게 생각되는 경우도 많다,
이 일이 나중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차피 이것도 배워야 할 업종이라고 생각하자.
어차피 할 거라면 즐겁게 하자.
그래도 폐기물을 운반하는 시간만큼은 노동을 덜 해서 좋다. 운전만 하면 되니까.
인테리어 공사에서 폐기물은 다음과 같은 곳에서 발생된다.
1. 화장실 기존타일 철거물, 천정, 배관변경에 따른 콘크리트 깨기(까데기) 물
2. 바닥 데코타일, 바닥 목재, 장판, 싱크대, 붙박이 장 등
3. 목공작업의 잔여 목재나 톱밥
4. 페인트 작업의 빈 깡통, 인테리어필름과 도배 잔재 물
5. 타일작업 후에 자투리 타일, 본드 통, 압착몰탈과 타일 포장지
매 공종마다 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어 차에 실어 두던지 아니면 현장에 일정한 곳에 모아 두었다가 한차가 될 것 같으면 날 잡아서 한 번에 운반한다.
인테리어 하는데 무슨 폐기물이 얼마나 나오겠어 이렇게 생각했지만 정말 많이도 나온다.
아무튼 발생된 폐기물을 마대에 담고 손으로 운반해서 차에 싣는 과정까지가 곤욕이다.
좁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지, 엘베가 없는 곳은 직접 2층에서 들고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특별한 기술로 인정을 해주지 않아 마대에 담고,
차가 있는 곳까지 운반하고,
이것을 차에 싣는 것은 어깨와 허리, 손목으로 하기 때문에 삭신의 여기저기가 욱신 거린다.
화물차에 많이 싣기 위해서 잘 쌓아야 한다.
혹여나 운반 중에 흘러내리거나 어퍼 지는 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판으로 가장자리를 지탱하거나 마대가 화물차 가운데로 쏠리 도록 쌓아야 한다.
운반 중에는 바퀴가 펑크라도 날까 봐 맨 밖에 차로를 이용하면서 60km/h 이내로 달린다.
눈이 와서 도로가 중간중간 폭 파인 곳도 많다. 일명 포트홀
고속으로 달리다가 이런 곳을 지나가다간 펑크가 나거나 한쪽으로 쏠린 다면 온 도로를 막을지도 모른다.
과거 도로유지관리 할 때 1톤 화물차의 사고를 많이 보았었다..
배추차가 넘어져 길을 막았던 사건,
양주차가 넘어져 청소했던 기억,
문어를 싣고 가던 차가 커브 돌다가 도로에 문어 한차를 내 팽개 쳤던 일 등.
그래서 더 조심조심 다닌다.
이렇게 천천히 달려 수집장에 도착하면 정말 마음이 편해진다.
꼭 똥이나 오줌 참았다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편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폐기물 수집장에 도착하면 밧줄과 천막만 풀어 주면 굴삭기나 페이로더로 알아서 내려 준다.
그리고는 수집장 일하는 외국인들이 빗자루로 화물칸을 깨끗하게 쓸어 준다.
폐기물을 푸고 처리장을 나올 때면 날아갈 듯하다.
나의 사랑하는 화물차도 왠지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지금 것 폐기물 운반이 10회 이상은 된 것 같다.
지역별로 미리 폐기물 수집장을 알아 놓아 한다.
서울 동북부는 성수동 지역,
서울 남서부는 안양과 경계에 있는 석수역 인근
수원과 과천, 화성은 군포로,
용인은 정신병원 고개너머에 있는 폐기물 수집장으로 간다.
이 중에서 일요일 날 운영하는 곳도 있고 쉬는 곳도 있다.
어느 곳은 짐을 풀기 전에 가격을 매기고
어느 곳은 짐을 다 내려놓고 폐기물의 상태를 보고 가격을 매긴다.
친절한 곳도 있고,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 나와서는 얼마 줘요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느 곳은 생수라도 한병 주는 경우도 있다.
욕실리모델링 하려고 샀던 내차가 어느새 폐기물 운반차로 변해 있다.
미안하지만 나의 애마야
잠시만 기다려 주라.
좋은 물건,
가치 있는 물건 싣고 다닐 때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