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9세 관점

'베트맨'과 '찰스 맨슨'의 차이

누구든 영웅이 될 수 있소.

by 언더독

나는 불우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이유는 '찰스 맨슨' 이야기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 사람이 누굴까.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스미소니언' 재단에서 선정한 '미국사 가장 중요한 100인의 인물'에 선정된 사람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뭔가 좋은 쪽으로 대단한 사람 같다. 이 사람은 살인마다. 강간범이다. 마약 중독자다. 기타 등등 뭐 많기도 하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나열해 본다.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에 창녀였다. 어머니와 삼촌이 강도질을 하다 체포돼서 이모집에 맡겨졌다. 이후에는 가톨릭계 수녀원에 맡겨졌다. 교육이라는 구실로 구타와 체벌이 이어져 이에 탈출한다. 절도하다가 체포된다. 청소년 교화시설에 수용된다. 거기서 성폭행당한다. 도망친다. 또 잡힌다. 강도질한다. 또 잡힌다. 그걸 반복한다. 소년원에 들어간다. 모범적으로 형을 산다. 출소해서 20세에 결혼한다. 임신한 아내 데리고 자동차 절도한다. 잡힌다. 교도소 수감된다. 옥중 이혼 당한다. 그의 아들은 37세에 아빠가 미친놈인 게 괴로워 자살한다.


하여튼 계속 강도 강간을 일삼다가 교도소에서 17년간 썩는다. 교도소에서도 자기가 성폭행당하기도 하고 자기가 하기도 하고 그런다. 1967년 석방된다. 히피 문화를 추종하는 '맨슨 패밀리'를 만든다. 이 패밀리는 수많은 살인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살인 사건이다. 임신한 폴란스키의 아내는 16번의 칼부림으로 사망했다. 이외에도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다수 죽었다.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영화를 추천한다.


이 사람의 인생을 보면 알 수 있듯, 은인이 없다. 불우한 환경에서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나는 은인의 가치는 아주 크다. 영화 '베트맨'을 보면 그러한 일화가 나온다. 악당이 나타나면 가면과 망토를 쓰고 나타나는 '베트맨'의 실제 인물은 '브루스 웨인'이다.


'브루스'가 어린아이 일 적, 그의 부모는 괴한에게 총을 맞고 사망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고담'시의 뒷골목에서 말이다. 그때 그의 곁으로 다가와 '브루스'를 위로해 줬던 경찰이 있었다. '제임스 고든'이다. 작은 체구의 꼬마 '브루스'의 어깨에 코트를 둘러주며,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준다.


시간이 흘러 '브루스'는 베트맨이 되었다. 빌런은 어김없이 나타나 도심 한가운데 폭탄을 세팅해 놓았고, 베트맨은 그 폭탄을 들고 도심 밖으로 날아가 자폭하려고 한다. 그때 '제임스 고든'은 그렇게 하려는 베트맨을 보고 묻는다. 세상이 영웅이 누군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며 정체를 물었다.


베트맨은 말한다.


"누구든 영웅이 될 수 있소. 어린아이에게 코트를 걸쳐 주며 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영웅이지."


그러고는 폭탄 들고 날아간다.


나에게도 은인들이 몇 명 있었다. 빚더미 집안에서 희망을 볼 수 없었던 고등학생 때는 나에게 제2의 아버지가 되어 주신 학교 국어 선생님이 그러했다. 항해사 시절, 위험한 일터에서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들이 그러했다. 보장되지 않은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 나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 사람 한분도 계신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시던 학교 선생님이 있었기에,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그는 나에게 그런 배려를 해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당시 나는 늘 야자시간을 최대치로 채웠으며, 새 모나미 볼펜 한 자루를 하루에 하나 이상 소진시키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인간 된 도리로 은인에게 허접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 책상 밑에는 늘 똥종이 이면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지금의 무명작가 생활을 응원해주고 있는 큰 사람 또한 같은 이치이다. 그는 나에게 관심을 줄 하등의 필요가 없는 분이다. 그럼에도 내가 하는 일을 지켜봐 주시고 좋은 기회를 주시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워낙에 큰 일을 하고 계시고, 바쁘신 분이라 지금도 내가 하는 활동을 실제로 보고 계신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지만, 상관없다. 적어도 나는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다.


이렇게 성장한 내가 가까운 미래에 큰 사람이 되면, 나 또한 골짜기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은인이 되어줄 수 있다. 내가 성공하면 섹시한 여자와 멋진 차, 비싼 집에 살며 그러한 것들만 추구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직 나를 잘 모르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것과 그런 것들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정이 안 간다. 지금도 예쁘고 섹시한 여자를 보면 경계감부터 가지는 게 나다.(여자 외모를 보고 눈길이 자동으로 가는 것과 마음에 호감을 갖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


오히려 공사판에서 앳된 얼굴을 지니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이 간다.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며, 잔하나를 닦아도 깔끔하게 닦아 대접하는 중년의 바텐더에게 정이 간다. 면도도 못하고 택배차를 몰고 리어카에 박스를 싣고 다니는 바쁜 이들에게 정이 간다.


만약 내 과거에 그러한 은인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들의 기상천외한 행동들을 보며 밥상 앞에 앉아있는 내가, '저들과 위치가 바뀐 채로 있었을 수도 있었겠구나'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는 운이 좋았던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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