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빴다. 하루 이틀 새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46시간을 일하고 2시간을 잤던 것 같다. 다행히도 제품은 나쁘지 않게 팔리고 있다. 애초에 좀 비싸고 현지 리뷰가 괜찮은 해외 제품을 들고 온 것이 맞는 판단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마진을 포기하고 고객과의 배송기한 약속을 지켰다.
직전의 태풍, 주말과 광복절 사이의 택배사 휴무일정으로 이미 많은 고객이 나의 상품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빠르게 배송을 마치겠다는 것이 내가 고객과 한 약속이었다. 광복절 다음날은 16일, 어제였다. 제대로된 영업일이다.
하늘이 갈라져도 그 날 배송처리를 할 계획으로 당일 아침을 시작했다. 긴장한 탓인지 잠을 많이 설쳤다. 역시나 현실은 내가 바랬던 길과는 완벽히 반대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보통의 상황이다.
16일 이전 마지막 영업일에 관세사의 바짓가랭이를 붙잡고 그렇게도 빌어 겨우 수입 통관을 마쳐놨다. 근데 이번에는 물류업체가 지체되고 있었다. 내 짐이 창고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요새 물동량이 터져나간다고 한다.)
꼭 오늘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연락을 계속했다. 그들이 일을 게으르게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 기준을 맞춰줘야만 했다. 어떻게든 일을 완수해내기 위해선 그들을 최선을 다해 괴롭혀야만 했다.
어찌되었든 내 닦달에 못이겨 물건을 찾는데만 7시간이 걸렸다. 물건을 찾게되면 물류업체는 국내 택배사에 화물을 인계한다. 그 택배사 마저도 시간을 잡아먹진 않을지 걱정되었다. 당일 안에 내 품으로 가지고 올지 못올지 그들의 이동선을 조사했다.
역시나, 여기서도 문제점은 발견되었다. 그들은 허브를 거친다. 직통으로 오면 1시간이면 올 거리를, 지그재그로 틀어 2배이상의 거리를 소모하게 되는 동선이었다. 더군다나, 허브에서 짐을 내리고 차를 갈아타고 와야하기 때문에, 거기서도 덩그러니 시간은 소모될 형국이었다.
일이 그렇게 되면 당일 발송은 절단나는 것이다. 해결해야했다.
바로 연락해서 국내 택배사에 인계하지 말라고 했다. 마음같아서는 내가 차를 밟아 몰고 직접 회수해오고 싶었지만, 대량 화물이었기에 1톤 트럭이 필요했다. 지체없이 아무개 용달업체를 직접 수배했다.
현상금 사냥을 의뢰하는 것처럼, 단가를 높여 트럭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용달업체는 입찰제였다. 일 준다고 바로 차가 출발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여기서도 시간이 지체되면 계획은 실패하게 되는 것이었다. 세관 창고는 오후 5시 언저리가 되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그 안에 픽업이 되어야만 했다.
저가에는 아무도 일을 받으려 하지 않아 금액을 확실히 세게 써버렸다. (여기서 마진을 포기했다.)
오후 4시에 용달 수배가 되었고 창고가 닫기 전에 픽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질녘이 되자 내 거처에 물건이 도착했다. 김치냉장고 만한 박스들 서너개가 왔다. 들고 이고 정리하고 바로 검수에 들어갔고 택배사 배송처리까지 마쳤다.
나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인간의 몸으로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사력을 다했고, 하늘이 도왔다.
마진과 약속이행의 사이에서 고민할 때, '정주영' 회장의 일화를 생각했다.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를 보면 나오는 일화가 있다.
현대건설의 극초창기, 부족한 장비와 인력 그리고 예산으로 다리 건설을 할 때 그가 겪었던 일화다. 강 하부의 지반, 유속, 토질 등이 최악의 조건이었고 공사는 지체에 지체를 거듭했다. 예산이 동나자 가족의 집을 팔고 빚을 내어 공사비에 보탠다. 그리고 정부와의 완공 약속일정을 지켜낸다.(이후 정부의 신임을 받아, 현대건설은 성장궤도에 오른다.)
기업가 정주영은 그렇게 말했다. 신용을 잃으면 사업하는 사람은 끝장이라고.
나는 그 말을 기억했고, 적용했다.
새벽부터 시작한 하루종일 유통 대작전이 어느정도 마무리가 된건 오후 9시 무렵이었다. 공복이었다.
북한 괴뢰군 꼬라지를 하고선 집앞의 백반집에 갔다. 음식해주시는 이모님은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자주 갔었고 뭔가에 계속 바빠보이던 내 모습을 알고 있다.
그날따라 내가 유독 처참해보이긴 했는 모양이다. 똑같은 메뉴를 시켰는데 음식양이 많이도 나왔었다. 고마운 분이시다. 미역이 들어간 시원한 오이냉국 한모금이 그 날 그렇게 맛이 있었다.
폭풍같던 지난 48시간이 얼추 정리가 되고 글을 쓴다.
사업이란 이런 것이구나.
지금까지 벌고 있는 얼마되지 않는 마진은 모두 광고/마케팅 비용으로 투하가 되고 있다. 향후 몇 주내로 굶어 죽을까 걱정이 되기는 한다. 일이 잘못되면 실제로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것이다.
오늘 2차 대량 발주를 했다. 마케팅 업체와 회의를 했다. 거기에도 마지막 자금을 태워볼 것이다.
고통은 두렵지 않다.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여 불완전한 인간이 되는 게 두려울뿐이다.
전투를 치르다 짬이 나면 또 이어 쓰겠습니다.
제가 파는 상품입니다. 한번 클릭하여 들어와봐주시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큰 힘이됩니다. 찜하기(하트)까지 눌려주시면 더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