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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Apr 08. 2023

내 아이의 친구 문제

유아 사회성, 친구관계

한 친구가 저희 아이에게 부정적 행동을 하는 것을 알게 되며
촉각이 곤두서기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저희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였고, 하원 후 같이 놀자고 하면 같이 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표현하며 집으로 갔습니다. 

그 친구의 친한 친구가 놀이터에 있어 같이 놀게 된 날은 저희 아이를 그 놀이에 끼워주지 않고 놀며 배제하는 분위기로 몰고 갔습니다. 간식을 나눠 줄 때 옆에 있어도 제일 늦게 주고 그네를 탈 때 다른 자리가 있어도 저희 아이에게 양보를 강요했습니다. 저희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건 일쑤였고 만났을 때 인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슬쩍 그 친구에게 아이한테 왜 그러는지 물어보니 싫다고 합니다. 이유는 없고 그냥 싫다고 합니다.

이쯤 되니 저도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이에게 그 친구가 유치원에선 어떻게 했는지, 그 친구가 좋은지 물어보니 좋다고 합니다. 자기에게 나쁘게 대한 것도 없다고 합니다.

유치원 선생님은 유치원에서는 특별히 관찰된 부분이 없고, 오히려 둘이 잘 논다고 하셨고 활동 사진에도 대집단 시간에 그 친구와 손잡고 있는 사진이 있어 하원 후에만 그렇게 하는구나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아이가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몇 가지 원인으로 생각되는 것은

1. 하원 후에 저희 아이가 같이 놀고 싶다고 떼썼다.

2. 그 아이는 하원하고 나면 피곤해서 집에서 짜증이 많다고 한다.

3. 그 친구는 감정의 폭이 큰 편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에게 교육을 했습니다.

"친구는 너랑 놀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 그건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다른 게 하고 싶으면 그럴 수도 있어. 그래서 너랑 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알았어. 다음에 놀자."하고 집에 와야 해. 알았지? 너도 다른 놀이가 하고 싶은데 친구가 계속 같이 놀자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어?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어."


그 친구가 하원 후 인사를 하지 않고 집에 가거나 거절하는 제스처를 보였다면

"그 친구는 지금 기분이 안 좋은가 봐. 기분이 안 좋으면 그럴 수도 있어. 그건 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너도 피곤하고 다리 아프고 그러면 기분이 안 좋잖아. 그런 거야."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혹시나 저희 아이도 똑같이 "너랑 안 놀 거야."라고 말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부정 행동을 보일까 봐 덧붙여서

"네가 친구랑 놀기 싫을 때는 "나는 지금 다른 놀이를 하고 싶어. 다음에 같이 놀자."라고 말해야 해. "너랑 안 놀 거야."라고 말하면 친구가 속상해."

"네가 속상하다고 친구에게 인사를 하지 않거나 그냥 가버리면 친구 마음이 어떻겠어? 속상하지만 친구에게는 예쁘게 인사하고 집으로 올 수 있어야 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이런 교육을 하며 아이도 자연스럽게 그 친구에게 같이 놀아달라고 떼쓰지 않게 되었고, 떼쓰지 않으니 그 친구도 저희 아이에게 더 잘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저희 아이는 처음부터 <그렇게 속상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만 속상했지 저희 아이에게는 그 친구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이때 느낀 건, '부모가 문제구나.'였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은 아직 미숙하여 미숙한 관계를 맺으며 그 과정 속 배움으로 성숙한 관계를 맺어갈 텐데 , 그 미숙함을 부모가 안타까워 자꾸 채워주려고 합니다. 

이것부터 제가 버려야 할 행동이겠지요.

큰 문제가 아닌 이상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지도해야 하고, 마음이 상했다면 큰 울타리로써 안아주고 보듬어 주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하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의 친구일로 유치원 선생님과 상의하고, 혼자 속상해하고, 그 친구를 미워하고 했던 제 자신이 미성숙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저는 부모니깐 이런 일이 있으면 또 속상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를 믿고, 믿음의 눈길로 바라보며 보듬어 주고, 상황을 안다면 방법도 알려주며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늘 새기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그 친구(A)와 저희 아이(B)가 놀고 있었는데, 그때 저희 아이의 친한 친구(C)가 왔습니다.  A는 C와 놀고 싶어 하였고, B와 C는 A를 매몰차게 거절하고 둘만 놀았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니 내 아이가 늘 피해자라고 생각할 것도 없구나, 아직 어린아이들의 친구관계에서 억울할 것도, 미안할 것도 없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교육은 시켰지만 그 친구는 상처받았겠지요.

친구와의 관계에서 속상함을 가지고 있는 저와 같은 초보맘님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글을 보시려면 : 라엘엄마의 육아일기 (withla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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