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가볍지만, 사람은 단단해진다.

생각을 쓰다

by 은지

소문은 늘 나보다 먼저 도착한다.

어디를 가든, 누군가를 만나기도 전에 이미 그 사람에 대한 설명이 따라붙는다.

"그 사람 이런 사람이래."

대체로 좋은 소문보다는 좋지 않은 소문이 더 빠르게 퍼진다.

그리고 좀 더 부풀려진 채 사람들을 떠돈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만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소문을 듣게 된다.

특히 남녀 간의 이야기는 요즘 말로 도파민이 도는 얘기로, 자극적인 가십거리다.

마치 호르몬이 분비되듯이 빠른 속도로 샘솟는다.


나 또한 이런 이야기를 즐겨 들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이런 소문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되었다.

좀 더 과거의 나는 항상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했고, 수다스럽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는 '말을 옮기기 쉬운 사람'으로 보였던 것 같다.

어느 날, 그렇게까지 친하지 않았던 사람이 나에게 유난히 친근하게 다가왔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 호의를 즐겁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접근한 이유는,

헤어진 전 애인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대신 퍼뜨려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꽤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렇게 가벼운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고,

사실은 내가 그 가십거리를 즐기는 사람이 일부분 맞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질 정도였다.


그 이후로 다짐했다.

직접 겪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말을 보태지 않겠다고.


그러던 어느 날은 내가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있지도 않은 이야기가 누군가의 입을 통해 퍼지고 퍼지다가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걸 참아낼 정도로 냉정한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에, 열렬하게 해명했다.

그리고 한동안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피곤해졌다.


겉으로는

"그냥 나이가 들어서 그래."

"요즘은 그냥 소소하게 친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좋더라"

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소문과 가십 속에 휩쓸리고 싶지 않아서 새로운 만남을 피했다는 것을.

그래서 계속 내가 직접 겪어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낀 이들만 만났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 소문 속에 있을 때,

해명을 하든, 하지 않든

나를 직접 겪어본 사람들은 그 소문을 쉽게 믿지 않는다는 것을.


반대로

직접 겪었는데도 그런 소문을 믿는다면

그저 그 사람의 판단일 뿐이라는 것도.


누군가는 나를 좋게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누군가는 나를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그 생각이 들고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가십거리는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고

가끔은 내 소문이 멀리서 떠돌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소문을 들었더라도, 내가 아직 잘 모르니까

그저 참고만 해두고 판단을 보류한다.


반대로 나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와도 그렇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구나.


뭐 어쩌겠는가.

이런 말이 유행하지 않았는가.


내가 조금 귀여운 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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