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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Apr 16. 2021

이수  시인의 「지류」에 대한 단상












우리는 나뭇잎 모양으로 뻗어나간다 어디든지 닿는 물의 아가미를 펄떡이면서 


어느 오지 마을의 개울에서 핏줄처럼 다시 만나기도 한다 


호수에서는 네 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고요히 엎드려있는 슬픔의 뿌리들 


모래톱과 조약돌, 수선화를 가까이에서 만나 좋았다 멀리서 목도한 것은 의심에 빠지므로


우리는 골짜기의 윤곽을 더듬고 있다 골목에서 빠져나온 긴 어둠의 숨소리 


                                                                                                                      「지류」 전문 



2020년에 출간된 이수 시인의 시집 『오늘의 표정이 구름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야』에 수록된 첫 번째 시이다. 지류(支流)가 제목이다. 지류는 사전에 어떤 의미를 품고 있을까. “강의 원줄기로 흘러들어 가거나 갈려 나온 물줄기” “한 갈래 안에서 생각의 차이로 여럿으로 갈라지는 것”이라고 적혀있다. 시에 있어서 제목의 의미는 텍스트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겠지만 이 시는 지류의 본 뜻을 담았다. 중심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와 닿고자 하는 의지가 그것이다. 이 의지는 이 시집의 방향을 결정하고자 했던 시인의 무의식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시편 이후 낯선 대상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손길을 내밀고자 했던 시인의 노력이 펼쳐질 것 같다. 


5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는 ‘뻗어나간다’라는 의지를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뻗어나가는가. “어디든지 닿는 물”처럼 뻗어 나간다고 적는다. 이렇게 뻗어나가다 보면 우리들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만남이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닌듯하다. 당신의 모습을 쉽게 포착할 수 없다. 이러한 어려움은 실제로 대상과의 만남이 쉽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대상을 멀리서 묵도하는 것과 가까이 응시하는 것은 다르다. 진정성 있는 만남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시인은 그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골짜기의 윤곽을 더듬는 ‘물’의 속성이 등장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닿고자 했던 대상들의 모습이다. 이 시에서 그 대상들은 “고요히 엎드려있는 슬픔의 뿌리들”로 표현된다. 더 나아가 이 대상을 끌어안는 주체도 대상과 호흡한 뒤 “긴 어둠의 숨소리”를 내쉰다. 우리의 삶도 그렇듯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

이수지류오늘의 표정이 구름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야천년의 시작, 2020, 11.

이수 시인: 2017년 계간 시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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