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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Nov 22. 2022

선우의 웹툰 <함부로 대해줘>에 대한 서평

낡은 세계관 부수기

〈함부로 대해줘〉 : 낡은 세계관 부수기



[출처]네이버웹툰/함부로 대해줘/선우


선우가 그렸던 웹툰 함부로 대해줘(2020~2022)는 로맨스이다간단히 말해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그래서 독자들은 남녀 간의 평범한 연애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이렇게 판단해서는 곤란하다사랑도 사랑 나름이니 그렇다사랑이라는 단어에 각양각색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처럼어떤 사랑을 하느냐에 따라서 사랑의 문법이 결정된다그렇다면 선우의 작품에서 사랑의 문법은 무엇인가그것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굳세고 용기 있는 사랑이다독자들은 이처럼 센 사랑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단단한 이데올로기를 부순다는 쾌락과 함께 달콤한 유머가 스며 있는 남녀 간의 사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이 만화의 키워드는 이 두 지점에 숨어 있다.



[출처]네이버웹툰/함부로 대해줘/선우


일부의 독자들은 이 작품의 주제를 젊은 두 남녀(김홍도-신윤복) 간의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사건의 발단은 주인공들에게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조연에 해당되는 신윤복(주인공)의 어머니에게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사연은 무엇일까. 그녀는 성산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성산마을은 조선 시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곳으로 공동체적인 노동과 함께 아이들을 자체적으로 가르치며 살아간다. 그래서 현대문명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이 마을이 과거의 세계관을 품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곳에서 그녀는 태어났다. 그러니 그녀에게 요구된 삶도 뻔하다. 한 사람이 태어나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이 아닌, 주어지고 정해진 지루한 삶을 있는 그대로 살아내는 것이다. 여기서 요구된 삶이란,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만나 집안의 대를 이어 ‘아들’을 낳는 것이다. 주인공의 엄마는 온전한 삶을 살아낼 수 없다. 비참하다. 닭장에서 알을 낳는 기계처럼 취급받으며 이곳(성산마을)에서 힘겹게 버틴다. 이런 상황에 놓여 있으니 그녀에게 요구된 삶은 두 가지다. 계속 견디거나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다. 이 웹툰은 이 두 삶 중 후자를 선택한다.



이야기가 험난한 여정을 선택했으니 굴곡이 없을 수 없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자신의 첫째 아이인 신이복(딸)과 둘째 아이인 신윤복(아들)과 함께 이곳을 탈출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이 마을의 실질적인 수장인 신수근(주인공의 할아버지)은 가문의 체통을 이유로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용기를 낸다. 가슴 아프지만 대를 이를 아들을 이곳에 남겨 두고 떠나면 된다는 신수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웹툰의 시작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독자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정을 모른 채, 신윤복은 자신을 버린 엄마와 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원망하며 성장하니 그렇다. 그에게 ‘사랑’은 믿을 것이 못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면 할수록 상처받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에게 운명의 상대가 등장한다. 오랜 시간 사랑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주인공은 그녀(김홍도)를 만나게 되는 과정에서 닫힌 마음을 서서히 열게 되고 끝내는 새로운 방식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알 수 없어서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와 누이의 사연도 마음 깊이 공감하게 된다.



[출처]네이버웹툰/함부로 대해줘/선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웹툰은 부조리하고 거대한 세계관을 코믹하고 정다운 캐릭터로 쓰러뜨린다만화의 장점은 이런 쾌락에 있는 것 같다우리는 평범한 로맨스 웹툰으로 함부로 대해줘를 지하철에서버스 안에서약속 시간에 친구를 기다리면서 빠앙터지거나 킥킥거리며 읽어 내려 갈 수 있지만암묵적으로는 오랜 시간 굳어진 시대적 관념과 싸웠던 것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이 작품은 흥미롭다선우 작가의 함부로 대해줘〉 후기에 의하면 곧 드라마도 제작된다고 하니 독자들은 여유 있게 이 웹툰을 탐닉하며 기다려도 좋다웹툰(원작)과 드라마의 차이를 눈여겨보면 보다 더 즐겁게 즐길 수도 있을 것 같다무엇보다도 이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의 진정한 꿈과 희망을 찾았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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