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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Mar 09. 2023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역 '포천'

만화가 란탄의 [지역의 사생활 99] 『안을 포』에 대한 소묘


“‘이왕이면 서울로 가야지.’, ‘여긴 벗어나야 할 곳이야.’ 같은 말이요.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주로 선생님이나, 타지에서 이주 온 청년이었는데요. 지금 본인이 살고 있는 터전임에도 그토록 혐오하는 모습을 보고 양가감정, 반항심을 키운 것 같아요.”




만화가 란탄의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 『안을 포』는 경기도 ‘포천’의 풍경을 담는다. 포천은 의정부와 양주, 동두천, 가평, 남영주가 인근에 있는 지역이다. 서울과 멀게 느껴지지만 가깝다면 가까운 지역인 포천은 만화가 란탄에게 애증의 공간이다.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포천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애증의 감정을 농도 있게 담아내는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가 적었다는 점에서 란탄의 작가정신을 주목하게 된다. 


이 만화의 주인공 민지는 포천을 네 가지의 특징으로 풀어놓는다. 풀어 놓는 방식은 ‘고백’의 목소리와 칸과 칸을 허무는 형식을 통해서 이뤄진다. 첫째, 서울과 가까운 곳이라는 설정. 둘째, 공부하기 위해 떠나야만 하는 곳이자, 내신 성적을 수정하기 위해 포천으로 이사 오는 “시골 유학”(36) 학생들이 존재하는 곳. 셋째, 수도권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시설인 골프장과 공장이 들어서는 곳. 넷째, “그러면 안 돼. 민지야. 더 큰 데로 나갈 생각을 해야지.”(32)라는 선생님의 말처럼,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꿈을 찾아 떠나야만 하는 곳이다. 만화가 란탄은 오랜 시간 이런 타자의식을 몸에 지닌 채 포천을 기억하며 살았다. 


포천에 대한 다소 추적추적한 이런 마음은 자연스럽게 포천의 표정을 그리는 데 있어서도 반영된다. 이 지점을 독자들이 꼭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포천에 들어선 공장으로 인해 흙으로 가득했던 공터가 사라지는 장면에 대해 서술한 다음의 장면. 


“덜 마른 아스팔트는 숨을 쉬는 듯 뜨겁고 습했다.”(23)


골프장 건설로 인해 할머니 집을 팔아야 했던 엄마의 사정을 듣는 과정에서 적힌 다음과 같은 장면 


“요새 골프가 다시 유행이라 새 골프장을 짓는데 여기가 서울 사람들 오가면서 돈 쓰기엔 좋지 뭐”(52) 


이 두 장면은 꼭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만화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 화나 있는 민지(만화가)의 시선으로 채워진다. 이 마음을 품고 있으니 만화 역시 마냥 좋은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당신은 당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정말로 사랑하냐고 묻는다. 그리고 다음의 독백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의미를 현실적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포천에 ‘뭐가 있는지’ 말하다 보면 어느 샌가 서울에 비해 ‘무엇이 없는지’를 열심히 말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곤 한다. 차가 없으면 도저히 다닐 수가 없다거나 “결국 송우리가 시내보다 변화한 것도 서울이랑 가까워서잖아.” “우리 어릴 때 만해도 신읍동 쪽이 번화가였는데.” 뭐든 포천에 있으면 촌스럽게 보인다거나 오만 것이 다 합쳐져 있는 게 ‘한국’ 스럽다거나 아무튼 ‘못생겼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아름답지 못 하다.’고 그렇다 해서 서울의 모든 것이 그토록 아름다운 건 아닌걸 알면서도 어디에 위치하건 서울이 아닌 곳은 항상 ‘내려가는’ 거니까 그렇게 미워하면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 것처럼(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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