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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종필 May 18. 2023

전정식(융)의 그래픽 노블 〈베이비 박스〉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는 그 순간, 자신의 뿌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버려진 아이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을뿐더러, ‘미안하다’는 편지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작년에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2022)을 눈여겨본 독자라면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지금 이 글에서 소개할 전정식(벨기에 이름은 ‘융’)의 2023년 그래픽 노블 신작 『베이비 박스』도 이런 맥락 위에 놓여 있다.



『피부색깔=꿀색』 표지


융은 ‘입양아’이다. 그는 전작 『피부색깔=꿀색』(2009)에서 한국인인 자신이 어떤 이유로 벨기에에 입양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밝힌다. 처음에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된 아이들이, 그다음은 외국인 병사와 내국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 아이들이, 그 후에는 극심한 빈곤으로 많은 아이들이, 1960년대에는 남성우위적인 전권 구축으로 인해 미혼모들이 아이 키우기가 불가능해 입양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 또한 정확히 무슨 이유로 입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해외로 입양된 수만 명 중에 한 명인 그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벨기에에 도착했다고 진술한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 사회는 수많은 ‘아이’를 해외로 입양한 선진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입양된 아이들의 삶이 순조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인종차별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불안이다. 버려진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은 입양아들만이 겪게 되는 성장통이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런 고민으로 인해 융이 겪었던 입양아들의 현실이다.

 

가령, 그는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원인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죽음에 근접해 산책하곤 했다.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그만의 것이 아니었다. 입양아 유리는 총으로 자살을 선택했고, 유리의 누나는 마약 과용으로 죽었다. 입양아 브뤼노는 목을 매달았고 융의 누이 발레리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입양아 안느는 팔목을 그었고 미셀은 오랜 시간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이들은 모두 융의 집 근처에 살았던 동네 친구들이다. 이런 사실을 미뤄 짐작했을 때, 입양아들의 내적 고민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만화가도 엄연히 예술가라는 점에서 자신의 통증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궁금하다.



아래의 링크를 클리하시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입양아의 긴 여정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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