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의 살던 고향은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장충동 1

나의 살던 고향은 서울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일에만 집중해온 남편이 오십 줄에 들어서면서 여자 프로 배구에 푹 빠져버렸다. 

지방 원정 경기도 먼 길을 마다치 않는 그는 장충체육관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응원복까지 갖춰 입고 참관한다. 


    그런 날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응원용 봉을 집어 든다. 

이유는 바로, 태극당과 족발, 장충단공원! 그중 최고의 유혹자는 태극당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빵집. 

장충체육관에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빵집 앞은 긴 줄로 장사진이다. 

나도 기꺼이 그 긴 줄에 합류한다. 

고풍스러운 입구에 다가갈수록 빵 냄새가 진동한다. 

똘똘 뭉쳐 향수로 만들어 내 꺼 하고픈 빵 냄새는 초등학교 1학년 어느 봄날을 소환한다.      

   

    미장원 문을 일찍 닫은 엄마는 그날 유난히 부산스러웠다. 

코트 끝까지 단추를 채워주며 말했다. 

    “엄마 손 절대로 놓으면 안 돼!” 비장미까지 느껴졌다. 

    ‘쯧쯧’ 혀를 차는 외할머니를 뒤로하고, 우린 장충동으로 향했다. 


    어린 내 눈에 마치 궁전처럼 보이는 빵집에 들어섰다. 

황홀한 빵 냄새보다 나를 압도한 것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였다. 


    어리벙벙한 내 손에 빵 두 개가 들렸다. 

엄마는 점점 걸음이 빨라졌고, 난 그녀 손에 대롱대롱 매달리다시피 했다. 

그렇게 끌려간(?) 곳은 장충체육관! 


    레슬링 광팬이었던 엄마는 시합이 있는 날이면 만사를 제치고 경기를 보러 다녔다.

하지만 아빠는 질색팔색 하셨단다.

결혼 후 몇 년, 연이은 출산과 육아로 레슬링 시합을 직관을 할 수 없었던 엄마.

동생이 젖을 뗄 무렵부터 엄마의 레슬링 사랑은 다시 불타올랐다.

몇 날 며칠을 울며 불려 매달린 끝에 나를 대동하는 조건으로 아빠의 허락을 받아 냈다.


    난 엄마의 유부녀 티내기용 액세서리가 되어 레슬링 경기장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살던 고향은 서울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