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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서울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혜화동 2

   (혜화동 1에서 이어집니다.)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대문간에서 젊은 아빠는 게궃은 얼굴로 그렇게 소리쳤었다. 속바지 차림의 엄마는 연신 펌프질을 하고 있었다. 고무 다라이에 물이 가득 차기도 전에 엄마는 ‘악’ 비명 소리를 질렀다. 

    나는 부엌문 뒤에 숨죽이고 웅크렸다. 파랗디 파란 타일이 깔린 수돗가에 간신히 서있는 엄마의 하얀 두 발이 보였다. 아빠의 분노를 맞받아치는 엄마의 비명 같은 고성은 네모난 한옥 마당에 가득했다.

    어린 내 심장이 조여들었다. 눈물 때문인지 두 눈동자는 흔들렸다.

    그런데 어? 불현듯 어여쁜 보랏빛이 눈에 들어왔다. 

    수돗가 옆 화분들에 다닥다닥 피어있는 채송화 꽃들이었다. 


    그날은 내가 기억하는 생애 첫 기억이다. 

    "너 세 살인가 네 살 때 얘긴데 어떻게 기억하니?" 


    그날 스물세 살의 엄마는 명동에서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아빠는 일곱 살이나 ‘어린 아내’에게 항상 옥색 치마저고리를 입으라고 강요했단다. 새빨간 나팔바지를 입고 집을 들어서는데 하필 아빠는 근무 중 잠깐 집에 들렀고...

채송화가 아니라도 좋아라, 고향의 꽃은 무엇이든 따뜻했다

    첫 기억 속의 옛집이 기적처럼 최악의 황사를 뚫고 내 눈앞에 나타났다. 

    비록 새것의 냄새를 내뿜은 리모델링한 한옥이었지만. 

    ‘덜커덕’ 대문이 열리고 남자아이 하나가 나왔다. 뭐가 바쁜지 재빠르게 뛰었다. 아이가 빠져나간 골목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건물들도 길들도 아담해서 하늘과 사람이 잘 보이는 동네다. 나의 살던 고향 서울, 그중에 처음은 혜화동, 채송화꽃 흐드러진 아담한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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