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체대생 Jun 01. 2024

수포자 탈출 프로젝트

5화. 수학을 처음 공부해본 어느 야구부 학생의 이야기

수학은 참 어렵다.

초등학교 때 주산 학원도 다녀보고 중학교 때까지 집중 과외도 받아봤지만, 수학이 쉽다고 생각해 본 적은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재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수학만큼은 꼭 1등급을 맞자는 나름대로의 목표를 세웠다.

내가 평소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수학 과목을 해결한다면, 다른 과목에서도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으로 뭐든지 쉽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학교 이후로 수학을 공부해 본 적 없는 이른바 "수포자"였던 나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가장 처음인 수1부터 수학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야 했다.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독학재수로 공부를 했었기에 정승제 선생님의 1년 인강 커리큘럼만을 따랐고

그 영향을 받아 수학을 공부할 때는 나 나름대로 세운 세 가지의 규칙을 지키며 공부했다.


어떻게 1년 만에 내가 고등학교 기초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최종 수능 성적으로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세 가지의 규칙을 중심으로 오늘,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첫째. 수학 "공식 그 자체"만 암기하지 않는다.


"이 에이분의 마이나스 비 플러스 마이나스 루트에 비의 제곱 마이나스 사 에이시"

위는 우리나라에서 중등 수학 교육을 이수했다면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근의 공식이다.


이처럼 공식은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공식을 암기하곤 한다.

왜냐? 수학공식을 암기하면, 해당하는 문제 유형이 나왔을 때 숫자만 대입해서 쉽게 풀 수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나의 선생님은 공식을 암기하지 말라고 했다. 정확하게는 "공식 그 자체"만 암기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수능 수학은 단순히 공식을 암기해서 푸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할 때는 어떤 과정으로, 무슨 아이디어에서부터 위와 같은 공식이 도출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식을 암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바라보며 공부한다면,

그 순간 수학 공식은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가 아닌, 내 생각을 확장시켜 주는 "재료"로 바뀌게 될 것이다.


수학은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라 생각하는 과목이다.

"곱셈공식"부터 "점과 직선 사이의 거리공식"까지 정말 기초 공식부터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둘째. 오늘 배운 내용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할 때까지 복습한다.


이건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과목을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였던 내용이다.


특히, 혼자 공부를 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내가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머릿속에 완전히 들어왔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배운 내용을 완전히 이해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그 기준은 "내가 오늘 배운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서 이해시킬 수 있는가"로 판단했다.


내가 오늘 수업을 들었고,

그 수업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오늘 공부 내용 중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이 있는 것이므로

완벽하게 이해가 될 때까지 매일 A4 용지를 이용해서 아래 사진과 같이 반복해서 복습했다.

강의 1개당 해당 내용을 A4 용지 한장에 복습했다.



셋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절대 문제 풀이를 보지 않는다."


수학 문제 하나하나는 매우 소중하다.

수능과 모의고사 기출문제들은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교수님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여러 자문위원 분들이 모여 몇 날동안 고민과 토의 끝에 내놓는 결과물이므로, 그 가치를 값으로 쉽게 매길 수 없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우리나라 수능 기출문제는 암암리에 비싼 값에 거래된다고 하니..)


만약 지금 이 순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바로 답과 풀이과정을 보게 된다면.

나는 그 소중한 한 문제를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결국 수학 문제를 푼다는 것은 그 문제의 답을 맞히고, 문제유형을 익히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된 목적은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첫째 규칙에서 말했던 "생각의 재료"들을 가지고, 문제를 풀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해 보자.

마치 방탈출 게임에서 주어지는 힌트를 가지고 방을 나가기 위한 답을 찾는 과정처럼.


다만, 답을 찾는 그 과정이 한 시간이 걸릴지, 하루가 걸릴지, 한 달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한 재수생의 입장에서는 때론 마음이 급해지기도 한다.

한 문제를 1시간, 2시간식 붙잡고 있으면 시간을 버리는 것이 아닌지.

이 시간에 차라리 더 쉽고 풀리는 많은 문제를 풀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 문제를 고민한다고 과연 풀리기는 할지.


하지만, 절대 초조해하지 말아라.

그 생각하는 과정이 여러분의 진짜 수학 공부이다.

그리고 여러분의 재료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면, 그 문제는 결국 풀릴 것이다. 엄청난 성취감은 뽀너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수학은 암기 과목이 아니라 생각하는 과목이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한 달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스스로 해결하기 전 까지는 절대 답안지를 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위와 같은 공부 방법으로

수학 7등급에서 1등급까지 오르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처음 내가 수학 공부에서 바랬던 것처럼 진짜 "할 수 있구나", 다른 과목에서도 "못할 것이 없구나"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게 된다.

아마, 이때 느꼈던 감정이 지금까지도 남아있었기에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한 이과 분야인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것도 가능한 것일 거다.


아직도 수학이 두려움의 대상인가?

일단 한번 도전해 보자. 야구선수였던 나도 1년 만에 했는데, 무조건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도 수학의 진짜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

처음으로 30번 킬러 문제를 내 힘으로 해결했을 때, 그 전율을 아직 잊지 못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