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어버이
유니
날 낳으시고
날 기르시고
날 지켜주신
나의 부모님
한평생을 자식 사랑에
그 자리를 지키어 주시고
당신들의 삶을 기꺼이 내어 주시니
그 사랑에 우리는 행복을 담았네
그 은혜를 어찌 다 갚을 수 있겠냐만은
보은 하고픈 간절한 마음은
한 순간 한 순간 좋은 세상에 머무시기를
애타게 소원하고 바라보는데
야속한 세월은 이 내 마음을 알기도 하련마는
모르는 체 인정도 사정도 없이
빠르게 빠르게 흘러 쉬지도 못하시고
세월 따라 하루가 다르게 쇠하여지시니
달려가 잡아보고 싶어 붙잡아 막아보고 싶어
뛰어 보고 떼를 쓰고 외쳐 보지만 그 세월은
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석양의 일몰과 같아
이 먹먹하고 애타는 마음만 서글프게 아려오네
어머니의 손, 아버지의 등
유니
어머니의 손은
내 볼을 닿기 전부터 따뜻했고
피곤에 지쳐 졸며 등을 토닥이던
그 밤의 자장가였지
아버지의 등은
말보다 무거운 사랑이었고
등짐처럼 짊어진 인생 속에서
늘 조용히 내 그림자가 되었네
나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조차
어설프게 삼킨 채
부모님의 이마 주름만 세고 있었지
햇살 속에도 비바람 속에도
부모님의 웃음은 나의 지붕이었고
눈물 한 방울마저 감추며 나를 키워낸 사랑은
내겐 사시사철 계절들이었네
그 계절들을 모두 담아
내 사랑하는 부모님께 건네고픈데
가득 받은 그 사랑
나도 건네 드리고 싶은데
어느새 부모님 머리엔 흰 눈만 그득하고
눈빛마저 세월을 담았으니
그 따스한 미소가 머물던 그곳엔
주름의 골이 가득하시네
그 따뜻하던 어머니의 손
그 온기 여전한데
야위고 여려진 그 손이
왜 이리 가슴 아픈 건지
그 든든하던 아버지의 등
그 넓던 아버지의 등이
이젠 좁고 쓸쓸해 보이는 건
못난 자식의 애달픔 때문인 건 가
아버지
유니
아버지는 늘 한 손에 까만 봉지를
그 봉지 안에는 노오란 귤을
두 살배기 딸이 좋아하는
새콤달콤한 길을
사가지고 오셨다
두 살배기 딸은
언제나 귤을 길이라고 불렀다
아직은 귤이라는 발음이 어려워서
아버지의 출퇴근길에 서서
길을 외쳤더랬다
그 외침은 아버지에겐 응원가
딸아이의 간절한 눈빛과
기쁨의 환한 미소가 좋아서
아버지는 언제나 한 손에
귤봉지를 들고 퇴근을 하셨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관찰자가 되신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아버지의 증상을 관찰하시는 아버지
어찌나 씩씩하신지
보는 엄마도 딸인 나도 손주도
그런 아버지 덕에 힘이 난다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고 계신 아버지
너무나 감사하고 또 고마운 마음
고이 담아 표현해 본다
아버지가 과일을 찾으신다
얼른 내려가 과일을 사는 나
한 손에는 귤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오렌지를 들고
아버지께 달려간다
아버지가 귤을 좋아하셔서
나도 귤이 좋았던 걸까
내가 귤을 좋아해서
아버지가 귤을 좋아하시게 되신 걸까
아니 아니 그저 둘 다 원래 귤을 좋아하는 걸로
면회시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병실에서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어느새 아버지가 내려와 서 계신다
1층 로비에서 인사를 다시 나눴는데
이번엔 병원 정문에 아버지가 서 계신다
이젠 가야지 하고 차를 타는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나와 난간에서 손을 흔드시는 아버지
아버지를 향해 손을 흔들며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본다
이젠 가야지 싶어 출발을 해 보지만
손을 흔들고 있는 아버지가 눈에 밟힌다
우리가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그곳에 서 계실 아버지
그 모습이 왜 이리 가슴 아픈 건지
아이가 되어 버린 어머니를 옆에 태우고
아버지를 뒤로한 채 그 자리를 떠나 오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한참 동안 아버지의 그 모습이
내 삶 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