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침묵하는 후두, 목소리가 사라질 때
1. 현실 –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게... 그… 뭐였지...?”
은서는 익숙한 단어가
혀끝에서 맴돌기만 하는 걸 느꼈다.
입술은 움직이는데,
목소리는 너무 늦게 따라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왜 이렇게 꺼내기 힘들지?”
회의 중,
말을 하려다
목이 잠기고,
숨과 소리가 엉켜 나왔다.
2. 내부 - 후두 조율실의 정적
Larynx Command - 후두 지휘소
음성과 발성의 조율자,
라룬(Larune)은
성대의 긴장도, 진동, 공명까지
모든 걸 지휘하는
‘침묵 속 음악가’였다.
하지만 최근,
라룬의 명령에
성대가 제때 반응하지 않았다.
“진동 속도 지연.
공명 위치 왜곡.
음역 범위 축소.”
그녀는 조심스레 중추에 물었다.
“혹시, 우리가...
덜 들리고 있는 건가요?”
3. 현실 - ‘잠긴다’는 감각
은서는
목이 멨다.
감정이 올라와서가 아니라,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소리를 내려고 하면
중간에 끊기고,
발음은 가늘게 흘렀다.
“사람들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을까 봐
겁이 나.”
4. 내부 - 신호 불일치
라룬은 성대에 다시 명령을 보냈다.
“진동 수 조정.
발음 모드 전환.
숨결과 음향 정렬.”
하지만 신호가 느리게 도착했고,
때론 일부가 아예 누락되었다.
그 이유는 뻔했다.
산소 부족.
혈류 미세 저하.
신경전달 속도 저하.
라룬은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필요로 해...”
5. 현실 - 침묵의 이유를 모를 때
은서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점점 말을 아끼게 됐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도
중간에 잊어버리기 시작했고,
목소리는
언제부터인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
왜 이렇게 말이 안 나올까.”
누군가는 그냥 피곤한 거라 했고,
누군가는 스트레스 탓이라 했다.
하지만 은서에겐
그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
에필로그 - 말은 마음의 손
말은
생각과 감정을 세상에 꺼내는
가장 섬세한 손이다.
그 손이 떨릴 때,
그 손이 움직이지 않을 때~
사람은 안으로 침몰한다.
라룬은,
자신이 점점 침묵 속으로 사라져 가는 걸 느꼈다.
“나는,
너의 마음을
전해주는 자였는데.”
다음 화 예고
제29화 - “숨의 틈, 횡격막의 고백”
숨이 짧아지고,
가슴이 조여 온다.
한숨을 쉬려 해도
깊은 호흡이 되지 않는다.
횡격막과 늑간근, 호흡 중추의 위기.
몸은 이제
말하기도, 움직이기도, 숨쉬기도 버거운 상태에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