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닿는 자리에 #20

붉은 정월의 밤

by Unikim

붉은 정월의 밤


유니


2026년 3월 3일,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 그리고 개기월식이 겹친 날이다

이토록 의미 깊은 밤에 우리는 붉게 물들 대보름달을 보기 위해

9층 건물 옥상으로 올랐다

하늘은 이상하리만치 희었다

밤인데도 구름은 흰빛을 띠고 온 하늘을 가득 메운 채

달의 자리를 비워 두지 않았다

저녁 7시 47분

구름은 여전히 두터웠고

달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고개를 들고 기다렸다

그 순간 뜻밖에도 수많은 별이 먼저 우리를 맞았다

확대해 본 사진 속에서 별들은 셀 수 없이 반짝이며

조용히 웃고 있었다

덩달아 우리의 마음도 환히 밝아졌다

저녁 8시 7분

구름 뒤에 숨어 있던 붉은 달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빛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하늘 한가운데

오롯이 홀로 선 붉은 달

황홀한 순간이었다

카메라는 그 장관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지만

우리는 여러 각도에서 여러 설정으로

그 빛을 붙잡으려 애썼다

어쩌면 저리도 깊고 묵직한 빛을 낼 수 있을까

우리는 잠시 촬영을 멈추고

각자의 소원을 하늘에 올려 보냈다

간절한 마음이 차가운 공기를 타고

붉은 달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3월의 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손끝은 시렸지만

그마저도 상관없었다

셔터를 누르고 확인하고 다시 누르는 사이

달빛은 조금씩 변주를 이어갔다

초자연적이면서도 고요한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자연의 섭리는 늘 그렇듯

말없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밤하늘에는 빛의 우주쇼가 열렸다

아름답고 귀한 빛의 향연

혹여 오늘 붉은 정월 대보름달에게

소원을 전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이 사진 속 달빛으로 대신 마음을 건네고 싶다

하늘의 빛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수요일 연재
이전 19화마음이 닿는 자리에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