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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이루리 glory Jun 25. 2024

"완전 폐경을 축하합니다! "



 작년 여름 폐경 선언을 받았다. 나는 처녀 때부터 자궁내막증으로 생리 때마다 엄청난 생리통에 시달렸는데 그 고통의 정도는 배가 찢어지고 안에서 창자를 쥐어짜는 것 같았다. 생리 기간 중 게보린(그 당시에는 거의 유일한 생리진통제였다)을 하루에 2개 이상 먹어야 했다. 그래도 생리가 끝나면 진통도 끝났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견딜만한 고통이었다. 결혼 전, 건강검진을 하니 왼쪽 자궁 옆에 10cm 정도의 큰 혹이 보여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남친(자금의 남편)은 집안의 장손인데 큰일이다 싶었다.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하는 거 아니냐 했더니, "자식은 내 동생이 낳으면 되지. 괜찮아.' 이렇게 말해주어 나는 이 사람이 진짜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깊이 감동을 받아 결혼을 결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이 쇼를 한 것 같기도 하다)


 결혼 이후에 나는 자궁내막증이 점점 심해져서 삼성제일병원 불임센타를 다니면서 별다른 치료 없이 (그 당시 남성호르몬제 투여 외에는 치료법이 없었다) 자궁상태만 확인하던 중, 결혼 3개월만에 아이가 생겼다. 혹이 왼쪽 난소 쪽만 막고 있었지 오른쪽은 멀쩡했고 착상도 잘 되는 편이었던 것 같다. 3년 후, 둘째까지 낳고 나서 나는 자궁내막증 수술을 했다. 혹이 장에 심하게 유착이 되어 있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수술이 매우 어려웠다고 담담 주치의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나는 생리통을 달고 살았고 바쁘다보니 병원을 자주 가지는 못했다. 


 어느날 일을 하고 있는데 배가 아프다못해 허벅지 아래까지 통증이 내려오면서 빠르게 흡수된다는 진통제를 몇 알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루를 참고 그 다음날 거의 기어가다시피 해서 제일 가까운 산부인과를 찾았다. 병명은 '자궁선근증'이었다. 자궁선근증은 생리를 할 때다 자궁벽이 두꺼워지면서 주위에 진통을 유발한다고 하는데, 별다른 치료법은 없고 자궁을 드러내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남편이 큰 병원을 가보자 해서 세브란스 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담당 의사선생님께서는 이 정도 통증이면 진통제를 투약해야 가라앉을 정도라며 그 동안 많이 힘들었겠다 위로해 주셨다. 이런 위로는 처음이라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나이를 물어보시더니 당장 자궁을 드러내기보다는, 약을 써서 생리를 안하게 하면서 생리가 끝나는 때를 기다려 보자 하셨다. 처방약은 하루에 한 알 먹는 자궁내막증 치료제였다. 물론 부작용이 있겠지만 매달 죽을 듯이 아픈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평생을 생리통 속에 살았던 내게 이런 묘약이 있다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하루에 한알씩 약을 먹으면서 내 삶의 질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복용 기간 동안 별다른 부작용은 없었고 생리를 안하니 고통도, 그로인한 불편함도 사라졌다. 그렇게 거의 3년을 먹었는데 이렇게 오래 인위적으로 생리를 막아도 되는 건지 걱정이 되어 약을 처방받으러 갈 때 의사선생님께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확신에 찬 목소리로  "최대 5년까지 가능합니다. 아무 이상 없어요" 하셨다. 아직은 시험적인 약인것 같아 좀 불안했지만 나한테는 복용만이 살 길이었다. 의사선생님은 다음에 호르몬 수치 검사를 하자 하셨다. 



 6개월 후 호르몬 검사를 마친 후, 진료실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의사선생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면 서 "축하드립니다, 완전 폐경입니다!" 하셨다. 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네? 완전 폐경이요?" 그랬더니 "네~ 이제 약 안드셔도 됩니다. 6개월 후에 오셔서 기본 검진만 받으세요." 그렇게 난 의사선생님의  축하를 받으며 나왔다. 진료실 문을 닫으며 이게 축하받을 일인가 싶었다. 웃픈 현실...수술 안해도 되고 내 자궁을 그대로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런 거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남들보다 좀 이른 폐경을 맞은 나는 올해 갱년기 증상을 혹독하게 겪고 있다. 조금만 더워지면 등과 가슴에 땀이 범벅이 되어 폭포수처럼 줄줄 흐른다. 본격적으로 갱년기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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