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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자 Jul 16. 2024

경로이탈

원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던 회사를 6개월 만에 퇴사한 이야기

그날은 참 신기했다. 회사 건너편의 서점에서 산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는, 여느 날과 크게 다름없는 조용한 사무실에서의 아침이였다.


그책을 산 이유는 순전히 작가로써의 삶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과학고에서 다른것보다 글쓰기를 잘했던나는 국어선생님께 ‘작가는 배고픈 삶을 살지 않냐, 뻔히 알면서도 왜 글을쓰냐’고 물어볼 정도로 돈벌고 먹고살기 좋은 일로써 모든 직업과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쓰지 않으면 못버텨.’ 라는 선생님의 말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어언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당시에는 그 답변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름모를 산이 보이는 카페에서 또 다른 이력서를 쓰다, 글을 쓰기를 반복하는 지금에 와서야 아주 조금은 이해해 가고 있다.


원하던 일을 해 볼수있는 즐거움이 가신건 근무를 시작한뒤 6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이다. 타 부서 직원분들의 퇴사로 남은 직원분들(대게는 특정 부서의 막내, 이를테면 나)의 업무로드가 늘어나는 상황이였고, 심지어 새롭게 주어진 일들은 법적인 문제, 금전적인 문제와 그에 따른 책임이 남겨지는 그리 깔끔하지만은 않은 일들이였다. 나는 그마저도 새로운 기회와 배움이라 여기고 이것저것 연습해 보다 타 부서에 민폐를 끼치는 실수를 저질렀고, '어차피 욕먹을거, 수습이라도 해보고 욕먹자.'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물어 어느정도 일을 수습해둔뒤 아무도 발견하지 않기를 바라며 내업무를 해가고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문제는 드러났고, 해당부서 직원은 화가났는지 지원부서에 불만을 쏟아부으며 소리쳤다. 결국 지원부서에서의 전화를 받고 나도 불려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문책하는 듯한 그들의 잔소리를듣는 동안 입은 '죄송하고 앞으로 그런일 없도록 하겠다'를 말하지만 눈빛은 '솔직히 내가 일부러 잘못한것도 아니고 그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도 아니지않나?'를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 시간동안 매일 함께 자리를 지키던 부서장은 육아휴직을 갔던 찰나, 대략 11시부터 20분가량 청문회같은 분위기를 겪고, 그들은 점심을 먹으러, 나는 입맛이 떨어져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때 나는, 아침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무라카미라 작가가 된 계기를 설명한 부분이 떠올랐다. 야구장에 방문한 그가, 타자가 친 공이 하늘을 가르고 쭈욱 뻗어나가는걸 보고 '소설가가 되어야 겠다.'라고 결심한것 처럼 자연스레 '퇴직자 제출 서류' 폴더를 열어 사직서를 출력하고, 한자를 좋아하는 고리타분한 대표님을 위해 퇴직사유에 '일신상의 이유.'를 한자로 적은 사직서를 대표님 자리에 올려두었다. 일련의 일들이 일어나기 까지 걸린 시간들은 대략 한시간이지만 퇴사를 위한 내 마음속의 결심들은 사실 3월부터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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