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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올 이상은 Aug 20. 2023

의지와 도전으로 만들어 가는 경제사


  1405년 명나라 정화는 8000톤급 240척의 배로 서방 대원정을 떠났다. 그리고 콜럼버스는 이 보다 늦은 1492년 250톤급  3척의 배로 서인도 항로를 개척하기 위하여 원정을 떠났다. 배와 군단의 규모를 비교하면 간접적으로 나마  이 시절 중국의 기술력과 경제력이 유럽을 현저하게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과 2-3백 년 후 동서양의 기술력과 경제력이 역전된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실마리는 인당 GDP의 변화와 무엇이 동인이 되었는 지를 따져보면 될 것이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고 1000년경까지는 인당 GDP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까지는 농경사회였고, 농기구가 발달하지 않아 생산성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시절 부강한 국가란 정복전쟁으로 영토를 많이 확보한 나라이며 국력은 영토의 크기와 인구에 비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과 인도가 주축이 된 아시아 경제가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갔다.

  반면 1200년 경부터는 GDP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8세기 이후 유럽은 향신료 무역이 성행하게 되고, 아랍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간 무역을  베네치아가 중개했기 때문에 그 시절 이탈리아의 GDP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때가 '육로를 통한 무역의 시대'이다.

  한편 1298년 마르코폴로는 중국을 다녀온 후  ‘동방견문록’을  편찬하게 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유럽은 동양의 풍요로움을 동경하게 된다. 그러나  강력한 오스만 튀르크 때문에 육로를 통한 아시아와 무역을 성사시키지 못하다가 종교개혁, 르네상스, 과학혁명의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되면서 아시아와 직거래를 위한 해상로 개척의 시대를 맞게 된다. 1492년 콜럼버스는 스페인의 도움으로 신대륙을 발견하게 되고, 1498년 포르투갈은 엔리케 왕자의 후원으로 바스쿠다가마가 동인도 항로를 개척함으로써 '대항해 시대'를 열고, 향신료를 중심으로 한  해상무역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이후 1600년대에 이르러 네덜란드는 주식회사의 발명과 동인도회사의 합리적 경영을 통하여 해상무역을 장악하게 되고 포르투갈을 대체해 나가게 되며, 그 결과 1700년대에 이르러서는 네덜란드의 GDP가 급증하게 된다. 

  영국도 1588년 칼레해전에서 스페인으로부터 해상권을 장악한 뒤, 1600년대 특허법 제정과 왕립학회 창립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의 기반을 만들고 1712년 증기기관의 발명,  1776년 부의 정당성과 시장경제를 주창한 애덤스미스의 ‘국부론’을 기반으로 산업혁명을 이뤄 1800년대는 GDP가 증가하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한다. 

  미국도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로 출발하여 독립전쟁, 남북전쟁, 서부개척시대, 뒤늦은 식민지 경쟁의 참여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후 유럽 복구의 주도권을 갖게 됨으로써 전후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넘겨받게 되고 1900년 이후 GDP가 급상승하게 된다. 이후에도 미국은 산업시대, 정보시대를 거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발전의 역사를 요약해 보면 고대의 경제발전은 다른 나라의 부를 빼앗는 ‘전쟁의 역사’ 라면, 근대의 경제발전은 식민지에서 약탈한 축적된 자본과 과학 기술의 결합이며, 현대의 경제발전은 알다시피 컴퓨터와 인터넷을 바탕으로한 정보산업과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 4차 산업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이 모든 발전의 기저에는 기존질서의 파괴와 새로운 해석에서 비롯되며, 고난을 이겨낸 선구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들은 무엇 때문에 기존질서를 파괴하고 재해석하는 것일까? 이를테면 스페인의 콜럼버스, 포르투갈의 엔리케왕자나  네덜란드의 상인, 영국의 과학자들은 무엇이 동기가 되어 고난에 도전한 것일까? 그 대답은 노력에 상응하는 자유와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는 서인도항로를 개척하는 대가로 총수익의 10%와 총독의 지위를 요구했고, 포르투갈의 엔리케왕자는 아시아와 직접 무역을 통해 베네치아에 버금가는 포르투갈의 부를 이루려 했으며, 네덜란드의 상인들은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 했고,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의 과학자들은 하느님의 기적과 섭리를 전파하고 명예를 얻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던 것이다.  종합해 보면 변화와 발전은 자유와 보상이라는 동인 위에서  개인의 갈망과 불굴의 의지로 만들어진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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