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몸은 기적적으로 빠른 시간에 회복되어갔으며 휠체어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움직일 수 있게 된 윈디는 병원 복도 벽에 튀어나온 손잡이 봉을 잡고 서서히 바깥으로 향했고 병원에 들어온 지 꼬막 두 달 만에 알코올 냄새에서 벗어나 병원 뒷문 작은 정원의 상쾌한 바람을 폐 속 깊숙이 들이켰다.
그녀가 퇴원 후 제일 먼저 찾아간 사람은 그녀의 엄마가 아닌 바로 전 남편이었다. 그는 목에 칼자국이 선명한 윈디를 보자마자 그녀의 손을 잡고 10분가량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어깨를 들썩이며 하염없이 울었다고 했다. 그때 윈디는 그가 어쩌면 그녀를 다시 받아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울음을 그친 그는 윈디에게 자신은 이미 심장을 도래 내는 아픔으로 윈디를 보냈고 이제 드디어 잊었으니 윈디도 당당했던 그 모습 그대로 호주로 다시 돌아가 그녀의 인생을 살기 바란다 말했다.
차갑게 변해버린 그에게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매달리고 매달렸다. 무릎 꿇고 받아만 준다면 평생 사죄하며 살겠다고 빌어도 보았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는 3년 전 내가 되었있었다. 나는 그녀를 말리고 싶었다. 전 남편의 말처럼 추억까지 더럽히지 말라며 그녀를 멈추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3년 전 나처럼 그녀는 멈추지 않았고 끝을 향해 내달음질을 쳤다.
한 달가량을 스토커처럼 전 남편에게 매달렸던 그녀는 세상 입에 담지 못할 비참한 말들을 총알처럼 퍼붓는 그의 입을 막지 못해 온 몸으로 맞으며 버티고 버텼지만 그 조롱마저 마침내 굳게 닫힐 때 바닥까지 떨어져 뭉개진 그녀의 자존심을 움켜쥐고 다시 호주로 돌아갔다.
정신과 상담을 시작으로 그녀는 그곳에서 스스로 마음을 추슬렀고 멈췄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였다. 돌아갈 곳이 없어진 그녀는 이를 악 물고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그 어떤 학생들 보다도 치열하게 학업에 매진했다.
그 무렵 재스민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7년 동안 만났었던 전 남자 친구의 그림자가 자꾸 그녀를 잡았던 거였다..
그녀는 어학원에서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던 9살 많은 노총각 Paul선생님과 교재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 Paul 선생님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었던 윈디와 선배 선생님들은 재스민이 교재를 숨겼기 때문에 Paul 선생님이 재스민에게 일방적으로 작업을 거는 줄 오해를 했고 재스민에게 경고를 했다.
2~3년 가까이 Paul을 알고 지내보니 그의 돼먹지 못한 옹고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며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교만함이 뼛속까지 지배해 결코 남을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임시방편적인 그의 교육방식은 언발에 오줌누기 격으로 비록 사업적 수완은 좋을지 모르나 곁에 오래 두고 볼 사람은 아니니 태도를 정확히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Paul이 자신에게 보여준 헌신적인 사랑에 의미 마음을 의지해버린 터라 그런 말들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그도 그럴 것이 Paul은 이 지구상에 여자는 재스민뿐인 거처럼 그녀의 작은 숨소리 모든 움직임에 반응했고 그녀에게 돌진했다. 그녀는 그렇게 판단력을 잃어버렸으며 30살의 가을날 결혼을 하였다.
두 부부의 사업적 수완은 정말 뛰어났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 재스민은 자신을 챙길 여유 따윈 가질 수 없었다. 더욱이 시어머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Paul의 유세는 하늘을 찔렀고 재스민이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공은 고생하시는 시어머님께 돌아갔다. Paul은 취미가 많았다. 그는 학원이 쉬는 날이면 각종 동호회 사람들과 스포츠를 즐기러 돌아다녔고 재스민은 평일에 고생하시면서 아이를 봐주신 시어머님을 댁으로 보내드리고 자신이 독박 육아를 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Paul은 그녀를 나무랐다. 그러다가 학원 학생 수가 줄어들어도 그녀를 나무랐다. 모든 악재는 재스민 탓이었고 Paul의 계속되는 가스 라이팅에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처럼 죄인처럼 살던 재스민은 극도의 산후우울증으로 결국 정신의학과의 도움을 받으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였다.
그녀는 어느 날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전 남자 친구가 부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급히 탈의실로 자신의 모습을 숨겼다. 거울 앞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그녀는 예전의 모습 이라곤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초라한 자신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녀는 그 얼굴이 퍽 낯설게 느껴졌으며 거울 속 여자와 자신의 인격이 분리되는 것을 느꼈다. 거울 속 그 여자는 울고 있었고 재스민은 그 여자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듯 물었다. "왜 울어요? 다 큰 여자가 꼭 아이처럼 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