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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즈 Oct 18. 2023

엄마의 삶

누리지 못한 삶

조그만 휴대폰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해외여행도 훌쩍 떠날 수 있고 좋은 호텔 좋은 곳에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좋은 곳에 갈 때면 항상 부모님이 마음에 걸린다.

'엄마는 이런데 한 번도 못 가봤는데 에휴'

'엄마는 이런 옷 한 번도 못 입어봤는데'


결혼 전에는 연말 보너스 받으면 백화점에 가서 수십만 원의 옷을 몇 벌씩 사드렸었다.

그 옷을 입고 나갈 일이 교회밖에 없었지만 엄마는 언제나 기뻐하셨다.

결혼을 하고 엄마의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고 우리도 가게를 하면서 삶의 여유가 없어 

그러지 못했다.

엄마에게 살갑던 남편이 '우리 가게 그만두면 장모님 옷부터 한벌 해드리자'라고 약속했었는데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서 남편은 엄마에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지금도 그 옷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났고 남편과 엄마옷을 못 사드린 게 한이 된다며

이야기를 한다.


해외여행을 단 한 번도 가지 못해 본 우리 엄마. 그때 미루지 말고 가까운 곳이라도 함께 갔었더라면

덜 죄송하고 덜 후회가 될 텐데 아쉬움이 너무 크다.


아이가 되어버린 엄마를 보고 있을 때면 지금까지 엄마의 고단했던 삶이 파노라마처럼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프다. 엄마집에 5분 거리에 있는데도 그 감정을 느끼는 게 두렵고 싫어서 자주 가지 않는다.

그래도 매일 가서 엄마를 보는 게 좋은 딸이라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누리지 못했던 삶을 살았던 엄마가 너무 안쓰러워 보기 싫어서 그런다는 나름의 변명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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