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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즈 Oct 18. 2023

삶,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하여

기억을 잃는다는 것

우리 부모님은 천년만년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살갑지 못했나 보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늘 그랬다. 다른 집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집은 그랬다.

잘해보려고 해도 결국엔 감정이 상해버리고 마는 일이 많았다.

아프면 병원 가면 되는데 꾹 참고 있다가 심해지면 시간도 돈도 두배로 들었다.

애들도 아니고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며 나는 매번 짜증을 냈다.

그래서 치과 진료비도 몇 배로 들었고 자식들의 부담도 몇 배로 커졌다.

나이가 들면 왜 고집이 세지는 걸까?

왜 자식의 말은 듣지 않으시는 걸까?


엄마의 기억은 서서히 지워져 갔다.

처음에는 20년 전으로 다음은 40년 전으로 그렇게 서서히..

엄마의 기억이 지워지고 있다는 걸 안건 자꾸만 엄마가 가게문 열어야 된다며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으시는 모습을 보면서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무터 서른세 살이 될 때까지 만 20년 동안 슈퍼마켓을 하셨다.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만 20년을 단 하루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심지어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상을 치르고 오셨던 분이다.


나도 남들처럼 가족여행도 가고 싶었고 명절 때는 사촌들과 놀고도 싶었는데

엄마는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지 않으셨다.

엄마가 돈을 벌 욕심에 그랬다고 그때는 엄청 속상해하고 짜증이 났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손님들이 뭐 사러 왔을 때 문이 닫혀있으면 얼마나 속상할까를 생각해서

그러셨다고 했다.


엄마는 아마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그 시절이 기억에 오래 남아서

기억들이 사라져 가는 순간에도 붙잡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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