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단연 수제비다.
생일날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수제비라고 대답할 정도다.
6~7년 전까지만 해도 퇴근길에 엄마가 뭐 먹고 싶냐고 전화를 하셨다.
나는 고민도 없이 수제비라고 답한다.
퇴근을 하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뜨끈한 수제비를
식탁에 차려주신다. 아무 고명도 들어있지 않은 그냥 깔끔한 수제비이지만
꿀맛이었다.
아마도 일주일에 두어 번씩은 꼭 먹었던 것 같다.
그날도 수제비를 해주셨다.
그런데 설탕을 들이부은 단맛, 먹을 수가 없었다.
"엄마, 수제비에 설탕 넣었어요?"
"어, 너 더 맛있게 해주고 싶어서 넣었는데 왜 이상해?"
"엄마~ 수제비에 설탕 넣는 사람이 어딨어. 이건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
그때는 왜 엄마가 수제비에 설탕을 넣었는지 몰랐었지만 그 수제비를 끝으로
엄마는 더 이상 수제비를 해주지 않으셨다.
기억이 점점 지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럴 줄 알았다면 그냥 아무 말 없이 맛있게 먹고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한마디 해드릴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하다.
지금도 가끔 엄마의 수제비가 그립다.
몸이 아프거나 비가 오는 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오늘 같은 가을날,
아무 고명 없이 담백했던 엄마의 그 뜨끈한 수제비 한 그릇이 가슴 절절하게 그립다.
다음주가 내 생일인데 올해 생일날에는 딸이 수제비를 해주겠다고 했다.
딸의 수제비를 먹으며 또 얼마나 눈물을 흘리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