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도와주니까 빨리 끝나잖아
나를 닮은 중학생 딸아이는 청소 몰아서 하는 것까지 닮았다.
책상이 엉망이라 치워주겠다고 하면 손도 못 대게 하고 치우라고 하면 알겠다고 짜증을 내는
그 무섭다는 대한민국 중2 녀석.
그러다가 가끔씩 아빠한테 청소 좀 하라고 혼이 나기도 한다.
하루는 본인이 생각해 봐도 안 되겠는지 도와달라고 했다.
힘들고 귀찮았지만 얼른 함께 치우자라는 생각에 검은 비닐봉지를 하나 집어 들고
쓰레기들부터 정리했다.
다이소를 얼마나 다녔던 건지, 그리고 올리브영 제품들은 왜 다 얘 방에 있는 건지
내 돈으로 이걸 다 샀다고 생각하니 열이 올라왔다.
'여기서 또 잔소리하면 이제 손도 못 대게 하겠지'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고 청소를 마무리했다.
"그것 봐, 엄마가 도와주니까 빨리 끝나잖아"
이 말을 내뱉고 나서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거 우리 엄마가 나 중고등학교 때 자주 했던 말인데'
나도 모르게 엄마가 했던 말을 딸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다.
쓰레기봉투를 집어 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울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해서 흘렀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었다.
엄마가 도와준다고 하는 게 너무 싫었었고 매번 거절헀었다.
한 번씩 엄마가 도와주실 때면 이런 말을 하셨었다.
잊고 있던 순간의 기억들이 팝콘이 터지듯 머릿속에 마구마구 튀어 올랐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졌고,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내일 당장 엄마 얼굴 보고 이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