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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즈 Aug 18. 2023

추억.... 소중한 그 이름

#엄마와의 추억이 별로 없다.

#엄마의 투병이야기 그 다섯 번째


없다.   부모님과의 추억이 별로 없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동네 작은 슈퍼마켓을 하셨다.


가족 몰래 집 팔아 가출하신 할아버지 덕분에 길거리로 나앉게 생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던 우리 엄마 앞에 친구네가 하다가 이사 간다고 권리금 50만 원을 주고 인수한 난생처음 해보는 슈퍼마켓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한 시간은 족히 걸어가야 집이 두어 채 있던 동네에 살던 나는 부모님의 걱정과 힘듬은 안중에도 없었고 단지 먹을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좋았다.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 있던 우리 가게 엄마는 가게를 열고 내가 결혼하고 이년 후까지, 근 20년간을 단 한 번도 가게문을 닫은 적이 없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강도가 들어서 아빠가 구급차 타고 응급실에 실려가신 다음날에도. 명절 때에도, 생각해 보니 그때의 공백은 전부 내가 메웠다.  하하하 

지금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가게문 닫는 것에 목숨 거는 것처럼 보이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고 원망도 많이 했었다.

엄마가 문을 닫지 않는 이유는 이러했다.

"손님들이 왔는데 문이 닫혀서 돌아가봐, 다시는 이 가게 오고 싶겠나, 이건 손님들과의 무언의 약속이야."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목적도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 엄마는 손님들이 실망하고 돌아갈까 봐 그래서 신뢰도가 떨어질까 봐 절대 문을 닫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한 건데 작은 구멍가게지만 엄마만의 굳건한 철학이 담겨 있었던 듯하다. 


그런 엄마를 둔 덕분에 나는 학창 시절, 그리고 결혼 전에 엄마와의 추억이 많이 없다. 여행은 한 번도 함께 가본 적이 없고 외식도 해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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