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기저귀, 엄마의 기저귀
#엄마의 투병이야기 그 네 번째
엄마의 파킨슨성 치매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 가게 문 열어야 해. 어서 데려다줘."
"엄마 무슨 가게 문을 열어요. 슈퍼 그만둔 지가 언제인데."
"아, 참 그렇지."
이런 대화가 조금씩 많아졌다.
엄마의 유일한 외출은 병원 방문하는 날과 주일날 교회에 가는 일인데 교회에 한번 모시고 가려면 진땀을 흘려야 했다. 걷다가 갑자기 멈춤이 시작되면 얼음 땡 놀이를 하는 것처럼 몇 분간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서 계셨다. 불러도 대답도 없고 초점 잃은 눈으로 그저 멍하니.
그런 엄마를 보며 나는 한 번씩 화를 내게 된다. "제발 발 좀 떼 봐요, 움직이란 말이야. 이러다 교회에 늦겠어. 다음 주부터는 교회 오지 마."
병에 대해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도 이 증상도 그 병 증상의 하나라는 것을 생각도 못 한채 움직이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 엄마에게 화가 났고 나는 화를 내고야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예배가 끝나고 집에 오려는데 엄마는 교회 맨 뒷자리에 서서 꼼짝을 안 했다. 아래를 보니 소변이 줄줄 흘러나왔다. 교회에서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나는 너무나 창피해서 얼른 대걸래를 가져다가 뒤처리를 했다. 지켜보고 있던 부목사님께서 센스 있게 함께 도와주셨다.
신랑을 급히 불러 엄마를 차에 태우고 나니 창피함과 속상함이 함께 몰려와서 펑펑 울었다.
엄마도 무안하셨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이후로 엄마는 기저귀를 사용하게 되었다. 성인용 기저귀는 처음 사보는 거라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생각해 보니 성인용 기저귀의 종류는 많지 않았다. 가격은 또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아이들은 소변량이 적고 종류도 많아 금액이 저렴한데 성인의 경우 더 자주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달에 사야 하는 기저귀의 수량이 만만치 않았다.
실버용품은 왜 다 비싼 걸까? 종류는 또 왜 이렇게 없는 거야?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내가 아기 때 사용했던 기저귀의 값에 수십 배나 더 들어가게 생겼다.
나는 아빠께 우스갯소리로 "엄마가 사준 내 기저귀값보다 내가 엄마에게 사주는 기저귀값이 엄청나게 많아요. 난 그렇게 많이 안 썼는데."
앞으로 얼마의 기저귀가 더 사용될지 모르겠다. 얼마가 돼도 좋으니 오래오래 만 곁에 있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