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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Nov 16. 2024

# 시작

소설연재

# 시작




 

  한적한 사내 카페, 창가에 앉은 연우는 커피를 홀짝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던 중, 옆자리에서 은우가 말을 걸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냥 그래. 일도 바쁘고, 요즘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아.” 

  “왜 그런 생각을 해?” 

  “어릴 적 꿈은 작가였어. 세상 곳곳을 다니며 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거였지.”

  “그럼, 왜 그걸 포기했어?”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안정된 직장이 필요하니까.” 

  “그럼,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봐. 네가 정말 원하던 것을.”

  “맞아. 아직 늦지 않았겠지?”

  “그래.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시작이야.” 

  “고마워. 한 번 해볼게.”

  그 순간, 잃어버린 시간의 조각이 다시 맞춰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 이후, 연우는 매일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었다.


  그해 겨울, 해외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연우는 공항의 복잡한 대합실에서 사람들의 흐름을 바라보았다. 긴 시간 동안의 거리감이 이제는 무색해진 듯, 그의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였다.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바로 은우였다. 그와의 기억이, 그리움이, 다시 한번 그를 힘들게 했다.

  연우는 공항에서 나와 택시를 잡았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커피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가 전에 갔던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여전히 변함없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듯했다.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은우를 발견했다. 그의 모습은 여전히 익숙했지만, 그 사이에 쌓인 시간만큼이나 어딘가 낯설기도 했다. “연우?” 은우가 놀란 듯 일어섰다. 그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섞여 있었다. 연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긴 침묵에 빠졌다. 그동안의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수많은 경험, 그리고 그리움. 연우는 먼저 입을 열었다.

  “너무 보고 싶었어.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많은 일이 있었어. 하지만 너를 잊을 수는 없었어.” 그 말은 마치 수년간의 그리움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듯했다. 

  “나도. 항상 네 생각을 했어. 우리가 다시 이렇게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서점의 중앙에 책이 가득한 공간에서, 연우는 한 권의 오래된 책을 발견했다. 서점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어보자.” 

  “이건… 시간 여행 이야기네.”

  그 순간, 책에서 밝은 빛이 퍼져 나왔고, 두 친구는 눈앞이 희미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들은 과거의 마을 한복판에 서 있었다.

  “여기, 우리가 아는 곳 아니야!” 

  “우리가 시간 속으로 들어온 거야.” 


  3년 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은우는 공항의 복잡한 인파 속에서 한 사람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연우, 그의 첫사랑이었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연인이었지만, 은우가 유학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은우는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으러 갔다. 그 순간,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연우는 여기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짐을 챙기고 공항 로비로 나서자, 사람들의 얼굴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중에서 연우를 찾을 수 있을까?

그때,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연우였다. 그는 고운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며, 은우를 바라보았다.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연우의 눈은 그가 기억하던 그대로 따뜻함을 지니고 있었다.

  “너무 오랜만이야.”

  “많이 변했지?” 그의 눈빛에서는 그리움과 반가움이 반짝였다.

  “너도 여전해. 그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유학은 어땠어?”

  “좋았어. 하지만 너와 떨어져 있는 게 힘들었어.” 그는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은우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동안의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나도 그랬어.” 그는 연우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정리되는 듯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은우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의 눈은 결연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갔다. 공항의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도 그들의 마음은 조용한 약속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과거의 추억이 하나하나 떠올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대화를 나누며 잃어버린 시간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두 친구는 다시 서점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어.” 

  “그게 바로 우리가 여기 온 이유야.”

  그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은 다시 연결되었다. 과거의 아픔과 그리움이 서로의 손을 통해 흐르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의 불꽃이 피어났다. 그들은 다시 서로의 손을 잡았다. 이 순간,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했다. 사랑이란, 결국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임을. 다시 만난 그 서점에서, 그들은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며 함께 나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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