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경험들
강의실을 떠난 지 10여 년 만에, 학생이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하고 받은 돈이 77,000원이다. 지난가을, 한 달 동안 ‘시니어 여행 플래너 강사’ 교육을 받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처음 강의를 들을 때, 나는 무언가 새로운 곳, 새로운 분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목말라 있었다. 어딘가에 깊게 빠져 몸과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길 원했다. 사실 강사 교육보다는 ‘여행 플래너’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서 지원했는데, 실제로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강사 교육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 괜찮은 강사를 배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여 년 넘게 강의를 해왔지만, 강의는 여전히 어렵다. 더구나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더더욱. 올해가 가기 전에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최 측의 반강제적인 요청으로 하게 된 강의는, 강사 배정부터 불만이 속출했다. 나 역시 원래 하기로 했던 곳이 아닌, 개인 사정으로 빠진 강사를 대신해 급하게 투입되었다.
강의 교안을 만들고 또 수정하는 과정에서,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가을을 잘 보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과 긴장, 그리고 앞에 서는 떨림마저 즐거웠다.
강의를 하며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주며 보냈던 시간이 떠올랐다.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지만, 나는 최대한 아이들 편에 서서 함께 성장하며 세월을 보냈다. 경제적인 필요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다.
‘선생님’ 소리가 ‘이모님’으로 바뀌던 날의 충격도,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졌다. 이후 카페 사장, 그리고 알바 이모로 철저히 단순 노동을 경험하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그리고 그마저도 타의로 그만둔 날, 나는 아무 능력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진작 그만두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후회와, 신중하지 못했던 선택에 괴로웠다. 그러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가보지 않은 길은 늘 후회가 남지만, 나는 그 길을 가보았으니 괜찮다”는 말을 되뇌었다. 그 말이 결국 나의 변명이었다는 것도 지금은 인정한다.
통장에 찍힌 77,000원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는 현재 한 시간 우리나라 평균 임금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하지만 이를 준비하며 보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적당한 보수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느껴본 설렘과 긴장의 순간은 77,000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