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서의 감성 여행
안녕하세요. 이번에 제가 다녀온 곳은 성수동에 위치한 '이페메라(Ephemera)'입니다.
'Ephemera'는 '수명이 짧은, 잠깐 쓰고 버리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는 한 번 사용되고 나면 쉽게 버려지거나 사용이 어려워지는 우표와 우편엽서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물건들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이 담긴 소중한 흔적임을 느끼게 합니다.
외관에서 보이는 회색의 스터코(Stucco) 마감은 거칠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과거 성수동에 자리했던 공장 창고들의 이미지와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따뜻한 우드톤의 가구와 은은한 전구색 조명이 방문객을 따뜻하게 감싸 안습니다. 이처럼 외부와 내부의 대조적인 마감은 공간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며, 의도적인 이질감을 통해 더욱 인상 깊은 경험을 선사합니다.
또한, 톤 앤 매너가 잘 갖춰진 공간 속에서 바닥과 가구에 사용된 목재들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며,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심리적으로 매우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도와줍니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 공간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까지 전달됩니다.
Tone & Manner : 말투와 태도를 한 가지 방향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주로 디자인, 패션,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용되는 합성어.
중앙에 자리 잡은 무채색의 나선형 계단은 공간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동시에, 곡선으로 설계되어 방문객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특히 2층은 1층보다 차가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 나선형 계단은 공간 속 방문객에게 변화와 감각의 전환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며, 마치 새로운 여정의 출발점처럼 다가옵니다.
이 공간에서 느낀 또 하나의 매력은, 전시되어 있는 오래된 우표와 엽서입니다. 단순한 종이 한 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억이 담긴 물건들이라는 생각에 아련함이 밀려왔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만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 있으신가요? 추억이 담긴 물건은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꺼내주어 지친 몸을 치유해주고는 합니다. 저희의 모든 순간은 기억 속에서 잊혀 기억 저 편의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순간조차 말이죠. 그래서 추억이 담긴 물건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답니다.
늘 새로운 자극을 찾아다니는 현대 사회 속에서, 바쁜 일상 중 잠시 멈춰서 여러분만의 소중한 기억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그 순간이 여러분의 하루를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