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카드, 펜타클 페이지( pentacle page)
매년 맞이하는 새해 첫날 이지만 우리는 항상 한 해의 첫날을 남다른 의미로, 더 감성적 표현을 쓰자면 다소 신성하게 받아 들인다. 그래서 어떤 이는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러 산을 오르기도 하고 바닷가에 가기도 한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그날이 그날이지 달력상에 보이는 날짜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유난스럽게 새 날을 기념하는 그런 사람들을 의아하게 바라 보기도 했다.
그런 둔감한 나도, 매년 연말이 되면 새 수첩을 사서 기념일을 표시하고, 그 해의 계획을 정성스럽게 적어 넣기도 하면서, 살짝 부푼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린도후서 5장 17절)라고 외치면서 뭔가 영적 육적으로 거듭난 것 처럼 느꼈으니(^^), 첫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희망의 기운을 한 가슴 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오는 사람들과 똑 같은 마음이었을 게다.
하지만, 살면서 어찌 우리의 계획 대로만 되겠는가? 헌 수첩과 새 수첩을 교체하면서 1년을 돌이켜 보면, 본래 계획한 것보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결된 일들이 더 많았고, 그 해의 트렌드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다가 제풀에 꺽이는 일들도 많았다.
가령 '새벽형 인간'이 유행할 때는 일찍 일어나 벌레 잡는 새라도 될 듯이, 건강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을 다그쳤고, 한 때 버킷리스트 작성과 실행이 유행할 때는 해외 유명 여행지는 꼭 수첩에 별 표시까지 해가며 가지 못하면 지구가 곧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굴었다.
아직도 나는 새벽형 인간이 되지 못했고, 남들이 많이 다녀 온 스페인과 터키는 아직도 버킷리스트에 남아 있으며, 신앙인들의 로망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무릎이 협조하지 않아서) 진작에 글렀다.(ㅋㅋ. ) 이런 의지박약인 나에게도 왜 새해 첫날은 항상 새로운 의미가 되는 걸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해 지난 수첩과 새 수첩을 교환하는 그 짧은 시간이나마 나에게는 자기 반성, 혹은 자아 성찰의 시간이 된 것 같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왜 바쁘게 사는지 조차 모르고, 우울해 할 시간조차 없는 삶을 살다가, 새 수첩에 새 계획을 옮겨 적기 전에 지난 1년을 한 번 둘러보는 그 적막하고 홀로 있는 내 시간이, 잃어버린 나를 찾고 소중하게 바라보아 준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 시간마저 없었다면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조차 잊고 살았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새삼 너덜너덜한 수첩들이 나의 모습같아 소중하고 안쓰럽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새해 첫날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날이 아니라,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내가 부족한 점이 많은 인간이며,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삶의 목표를 다스리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올 해도 어김없이 나는 첫날을 환영하고 수첩에 적지 못하는 긴 글을 써내려 간다. 내 글을 읽고 다녀간 표식을 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사랑을 시작한 낭랑18세 처자처럼 키보드 앞에서 설렌다.
그렇다면 나는 올해를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보낼까? 타로심리상담사로 세컨드 라이프를 시작했으니 조용히 카드를 들여다 보다가, 올 한해 나의 소울카드로 펜타클 페이지를 골랐다.
< 유니버셜웨이트 마이너 카드, 펜타클 페이지 >
새해 첫날,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처음처럼'이라는 어구가 (왜 술 이름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고 초보자처럼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새로운 일을 막 시작하는 이 소년은, 주변의 환경이나 사회적, 물질적 상황과 조건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타인에 대한 배려차원이 아닐까?) 자신이 세운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이 시대,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바라는 변화이자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이 페이지(소년)의 목표와 집중력에 대한, 미숙하지만 신중한 마음처럼 조심스럽게 노력하고 차분하게 행동해야 겠다. 자신의 신념도 좋지만 신념이 지나치면 극단으로 기울게 되고 고정관념이 생기게 되니, 이 소년이 들고 있는 펜타클처럼 둥글둥글하고 조화로운 삶에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