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때미스트가 될 결심!

-진정한 "Act-demist" 되기

액(厄)땜의 의미는 무엇일까? '재앙(액)'이라는 한자어와 '때우다' 라는 우리말이 합쳐진 단어로서, 나쁜 (작은)일을 미리 겪어서 더 큰 화(禍)를 피해간다는 의미일것이다. 즉 큰 손해를 가벼운 손해로 미리 막는다는 정신승리적 표현이며 불운에 대한 예방주사 같은 의미가 아닐까?

살다보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때가 있고,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 날이 있다고 한다. 즉 길을 걷다가 왠 낯모른 술 주정뱅이에게 맞거나(실제 몇년 전, 내 눈으로 목격하곤 깜놀 + 경악 한적도 있음), 건널목 사고가 나려면 눈 앞의 기차도 안 보인다고 했던가?

며칠 전, 접촉사고가 났다. 아니 낸 것이다. 내가 더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 가해자라고 하니, 내 차가 받혔는데도 가슴이 답답하고, 이제 내가 정말 늙었다는 생각에 자괴감과 겹쳐진 우울감이 토네이도처럼 내 영혼을 산산히 흩어놓는 듯 했다. 사고가 나려니, 내 차의 사이드 미러를 제대로 확인(측면주시) 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지만, 매일 오가는 길에서 뭐 달라질 것도 없는 운전에 순간 내 영혼이 마실을 간 건지 왜 접촉 사고가 났는지 지금도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황당하고 하소연할 길 없고 쓸모없는 인간 같아서 슬펐다. 차라리, 차에서 내려 큰 소리로 '이 아줌마, 저 아줌마' 해가며 내가 인상을 써서 더 기분 나쁘다느니, 병원에 입원할 거라느니 하는 아주 젊은 아가씨의 그 무례함에 나도 똑 같이 악다구니라도 썼다면 덜 억울할 것 같았고 젊은 세대에게 내가 느낀 모멸감을 조금이라도 덜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을 최소한의 생업(공적인 일) 이외에는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다. 단단하게 미래를 준비했다고 생각했던 꽤 큰 돈이 나가는 보험도 내겐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그 좋아하는 커피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내 차가 비록 소형 중고차 이긴 해도, 생채기가 난 것을 보면 가슴이 쓰렸고, 17년 넘게 나를 안전하게 모신 내 애마 같은 존재에게 너무 미안해서 자꾸 스크래치가 난 부분을 만져 주었다. "다행이야, 어느 한 부분도 떨어진 곳 없고, 쑤욱 들어간 파인 곳도 없으며 깨진 곳 없으니... 내 대신 네가 온 몸으로 (액을) 막아주었구나...." 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나의 연초 액(厄: 재앙 액)과 협상을 하기로 했다. 내 이 오랜 추추(내 중고차의 이름: 항우의 애마(오추) 이름을 슬쩍 차용한, 추추(追騅))가 죽지 않은게 어디야. 그래서 나는 진정한 액때미스트(Act-demist)가 되기로 했다. (Act-demist: 순전히 내가 지어낸 단어. 액땜과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ist 를 생각하다가, 순간적으로 행동하다(Act)라는 단어와 흐림, 안개, 김서림을 의미하는 mist, 이것을 제거한다는 의미인 de를 붙여 '안개나 흐릿함을 제거한다는 의미의 'demist'를 음차해 보았다.

즉 "털고 일어나(행동 Act 하고) 눈물, 이슬(부정적 생각)은 없애라(demist)!"

이번 사건을 뒤집어 생각하니, 도리어 고마운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첫째, 나는 30여년 넘게 운전을 하면서도 이전에는 한번도 사고를 낸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보상문제로 보험회사와 전화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보험료를 최하로 내고 있었단다. '그래 내 인생의 모토가 다양한 경험 아니던가,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지.ㅋㅋ' '보험회사 직원 복지에 내가 일조 했다 생각하자.'

둘째, 길거리에서 신경질적으로 행동한,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의 당사자인 그 젊은 처자의 매너 없음을 난 생전 처음 접해 볼 정도로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두고 살았던 것이다. 갑자기 세상이 밝게 보이면서(눈에 눈물이 사라지고) 내 가슴이 온통 그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으로 가득찼다.

셋째, 상대방 처자를 보면서 ' 아,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상대방에 대한 배려까지는 아니어도 화를 못참고 감정 브레이크 없이 행동하진 말아야지' 하는 걸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내 딸이 아닌것 내 가족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말 한마디 표정 하나도 조심해야 겠다고 다짐하며 내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다.

넷째, 한동안 더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바쁜 일상에서 가끔씩은 무사함이 주는 안도감과 평범함이 주는 무탈감을 더욱 감사하며 살게 될 것 같다. 평범, 소박, 일상이 주는 조용한 여유, 병원, 경찰서, 보험회사가 필요하지 않은 그 잔잔한 하루하루를 보석처럼 여길것 같다.

마지막으로, 올 한해 큰 액운을 미리 소진했다는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이렇게 감사함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가성비 좋은 액땜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더이상 자괴감과 분노로 나 자신을 태우지 않을 것이며, 털고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다.


진정한 액때미스트가 된 나를 위해 Bravo~!!

< 메이저카드 12번 매달린 남자: 우리가 겪는 고난 중에도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기르며, 삶에 대한 더 큰 성찰과 성숙함을 기르는 기회로 삼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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