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아니, 나의 매 순간이 기도가 되게 하소서."

찬바람이 옷깃을 스미는 계절이 오면, 마음속에 묵혀두었던 문장들을 꺼내 기도의 제단 위에 올립니다. 퀼트 작업을 하며 바늘 끝에 집중하는 순간은 제게 수행과도 같습니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이다 보면 잡념은 사라지고, 오로지 천과 나, 그리고 신과의 대화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다 보니 "기도하지 않으면, 기도할 일이 생긴다"는 말이 단순한 경구가 아닌 삶의 진리임을 깨닫습니다.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채움의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내 안의 욕심과 고집을 덜어내는 비움의 시간이어야 함을 이제는 압니다.

바느질을 마친 뒤 남겨진 자투리 천들처럼, 제 안의 무거운 생각들을 비우고 또 비워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공기처럼 가벼워진 영혼으로, 기도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곳마다 낮은 바람이 되어 날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작품은 음영 기법을 사용하여 기도의 형상을 담았습니다. 화려한 색감은 덜어내고 오직 빛과 그림자만 남겼지요.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손길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낮추고 비워낸 뒤 찾아오는 평온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바쁘게 채우기만 했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마음 한편에 기도의 자리를 마련해 봅니다. 조용히 두 손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의 거친 솔기가 부드럽게 메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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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지 않으면 기도할 일이 생긴다는 삶의 진리를 깨달으며 만든 퀼트 연작 <기도 1>입니다. 음영 기법을 통해 비움의 미학을 담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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